재학생들은 ‘1인 1직무능력 졸업요건제’로 기사를 작성해야만 졸업 가능해
데스크 맡은 교수와 편집제작회의 통해 취재 편집 등 본격적 기자 생활 경험
시빅뉴스는 상업적 인터넷 언론사로 네이버 등 포털뉴스에서 뉴스로 검색돼
“윤리 교육을 이론으로만 배운 기자와 실제 기사를 쓰면서 배운 기자는 다르다. 실무 중심적인 교육을 통해 저널리즘 가치를 체득한 기자들을 많이 키워야 결국 저널리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이는 경성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옛 신문방송학과) 정태철 교수가 바라보는 저널리즘 학과가 가져야 할 진정한 저널리즘 교육의 중요성이다.
한국 언론의 혐오와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한국 주류 언론의 고질적 병폐인 ‘보도자료 베껴 쓰기’, 출입처에 의존한 ‘떼거리 저널리즘’, 속보경쟁 속 미확인 정보의 ‘무책임한 보도’, ‘클릭수 지상주의' 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저널리즘 학계는 이를 극복할 해답을 저널리즘 윤리 교육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저널리즘 윤리 교육이 제대로 안된 기자들이 많아지면, 질이 낮은 마구잡이식 기사가 판치고 양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대학의 저널리즘 학과에서 제대로 된 실무 중심 저널리즘 교육을 가르치는 곳은 몇이나 될까. 저널리즘 교육의 부실 속에서, 국내 최초로 학과의 상업적인 부속언론사 ‘시빅뉴스’를 세워 실무 중심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KBS1-TV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를 통해 그 대안으로 소개됐다.
KBS1-TV 프로그램 '질문하는 기자들 Q'는 지난 25일 밤 ‘취재 없는 커뮤니티 따라쓰기’ 편에서 경성대 ‘시빅뉴스’ 기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방송에서는 국내 저널리즘 학과의 부실한 저널리즘 교육 실태를 지적하며 이로 인해 언론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가득한 현 상황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론 교육을 뛰어넘어 학생이 곧 기자가 돼, 직접 인터넷 신문을 만들면서 실무 교육을 접목하고 있는 경성대 ‘시빅뉴스’를 소개했다.
방송은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저널리즘 원칙, 기사 작성법, 언론윤리 등 실무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갖추지 않으면 대학을 졸업할 수 없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고 강조했다.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2007년 자체 설립한 부속 상업 언론사 ‘시빅뉴스’와 교육과정을 연계해, 전국 신문방송학과 중에서 최초이면서 동시에 유일한 ‘1인 1직무능력 졸업요건제’를 운영하고 있다.
1인 1직무능력 졸업요건제는 기사를 작성할 수 있는 직무능력을 갖추거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직무능력이 인증되어야만 졸업이 가능한 구조다.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따르면, 재학생들은 ‘기사작성’ 직무능력, ‘영상제작’ 직무능력 실습을 위한 각 2개씩의 기초 실습수업을 2학년 때 수강해야 한다. 3학년이 되면 1학기에 ‘시빅뉴스 현장실습(1)’과 2학기에 ‘시빅뉴스 현장실습(2)’라는 학과의 ‘전공 필수’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학생들은 기사작성이나 영상제작 중 한 개를 선택해 의무 편수를 학기 내 과제로 제출하고 이후 담당 교수의 승인을 받아 시빅뉴스에 업로드한다. 이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이 불가능하다.
2학년 기초 실습수업을 모두 수강한 3학년들은 전공 필수 과목 수강 외에 시빅뉴스에서 인턴 기자로 활동하는 기회를 선택할 수도 있다.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3학년이 된 재학생들에게 전공 대체로 매년 ‘장·단기 현장실습생'의 기회를 제공해, 시빅뉴스 인턴 기자로써 기자 생활을 집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게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실습생들은 전공을 대체하기 때문에 학과 전공 필수 과목은 선이수 후 수강신청한 것으로 처리되며, 학점도 받게 된다.
장·단기 현장실습생들은 학생 신분에서 ‘진짜’ 기자가 되면서, 언론사와 유사한 심층적인 수련과정을 밟는다. 실습생들은 강의실이 아닌 경성대 캠퍼스 안에 설립된 '시빅뉴스' 편집국에 매일 출퇴근하며 직장생활을 한다. 이들은 매일 아침 데스크를 맡은 교수가 주재하는 편집제작회의에서 그날 작성할 기사 아이템을 발제하고 취재 지시를 받는다. 발제한 아이템은 데드라인 전까지 취재를 거쳐 기사를 작성한 뒤 송고하게 된다. 학생기자들은 데스크를 맡은 교수의 지도 아래 헤드라인을 뽑는 법부터 취재 및 기사 작성요령 등을 배우며, 기사는 최종적으로 데스킹 과정을 거쳐 시빅뉴스에 업로드된다. 시빅뉴스 내 뉴스팀은 ‘스트레이트 팀’과 ‘기획 팀’으로 세분화해 격주로 돌아가면서 다양한 기사 형태를 취재하고 작성하게 된다.
취재 과정에서의 어려운 점이나 취재장벽에 대해서는 담당 데스크 교수에게 수시로 보고하고 지시를 받으며 수정·보완 단계를 밟는다.
장기 현장실습은 4개월, 단기는 2개월 정도 시빅뉴스에서 인턴기자로 활동하는데 이 기간 총 100편 이상의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기성 언론사와 다를 바 없는 기자 생활을 하는 셈이다. 학기 중 필수 전공 과목 수강 시 기사 작성은 10편 남짓이라고 한다.
카드뉴스와 영상팀 역시 기사를 작성하는 뉴스팀과 함께 편집제작회의에 참여하며, 데스크에게 피드백 받는 과정을 거친다. 학과 전공 필수 과목을 수강하는 재학생들도 기사, 영상, 카드뉴스, 독자투고 등을 작성하는 모든 과정에서 매번 담당 교수와의 회의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시빅뉴스는 2017년 네이버 다음 등 포털뉴스 검색제휴사로 선정돼, 업로드된 학생들의 기사가 포털뉴스 카테고리에서 뉴스로 검색된다. 학생 기자들은 그야말로 ‘진짜’ 상업적 인터넷 언론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부정확한 기사를 작성할 수도 없고, 요즘 기성 언론에서 남발되고 있는 광고성 기사를 쓸 수도 없다.
재학생들은 이러한 실무 경험에 만족하며, 당당히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채워 나가고 있다.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재학생 강지원 씨는 “저널리즘 학과는 특성상 실습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자체 언론사 시빅뉴스가 있어 그 부분을 너무나도 잘 짚어 교육해 준다”며 “단순히 학생들에게 기사 작성 요령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닌, 기자로서 가져야 할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준다”고 말했다. 전 장기현장실습생 정은희 씨도 “직접 100편 이상의 기사를 작성해 봤는데, 제대로 된 실무 능력을 교육받고 실제로 직접 여러 편의 기사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엄청난 포트폴리오"라고 말했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졸업생인 KBS 최위지 기자는 “요즘은 인턴이든 계약직이든 기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데,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는 별도의 비용이나 부가적인 노력 없이 커리큘럼 과정을 이수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실무 경험까지 쌓게 되는 것”이라며 “어엿한 포털 사이트인 시빅뉴스도 있어 직접 기자로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이어 “기자의 취재 윤리라는 게 언뜻 들으면 별게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실무에 투입되면 기자로써 가치관이나 윤리 의식이 흔들리는 상황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면서 "이론만으로는 체득하기 힘든 부분을 대학에서 미리 실무 수업을 통해 여러 취재 현장을 마주하고 이론 수업에서 배운 윤리적 기준을 적용해보는 등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경험들이 언론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