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준호(25, 부산시 사하구 하단동) 씨는 6개월 동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얼마 전 그만두고 말았다.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면 찾아오는 손님이 거의 없는 게 상례다. 원래 근무시간은 저녁 5시부터 밤 11시까지로 정해졌지만, 손님이 없다는 이유로 업주가 자주 강제 퇴근을 시켰기 때문. 업주는 업소로 전화를 걸어 "일찍 퇴근해라," "오늘은 출근 안 해도 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씨는 “여기서 한두 시간 일할 바에야 다른 데서 일하는 게 나을 거 같다”며 “가게 사정이야 알지만, 처음부터 6시간 일하기로 계약한 건데 사장님 마음대로 일찍 퇴근시켜 알바비를 깎아서야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손님이 없을 때 강제 조퇴시켜 남은 시간의 임금을 주지 않는 이른바 아르바이트 ‘꺾기’가 최근 종업원 고용 규모가 적은 소규모 카페나 식당에서 빈번하게 일어나 아르바이트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같은 행위는 현행법 취지에 어긋나지만 법 규정 미비로 알바생들이 구제 받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르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휴업 동안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즉, 사용자가 임의로 근무시간을 줄일 때는 일하지 하는 시간에도 통상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5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서만 효력이 있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유권 해석.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4명 이하 사업장에선 법적인 효력이 없어서 신고해도 보호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법적 보호장치 미비를 틈 타 임금을 아끼려는 소규모 사업장 고용주의 횡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모(22,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 씨는 가게가 작아 홀에서 혼자 일한다. 주말 오후 5시부터 일을 시작하는데 4시 반쯤 업주가 전화를 걸어 와 “오늘은 손님이 없을 거 같으니 안 나와도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씨는 “다 준비해서 나가려고 하는데 오지 말라고 하니까 진짜 화가 났다”며 “한 달에 8회 일을 나가기로 했지만 이런 '꺾기' 때문에 네 번밖에 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들에 대한 ‘꺾기’는 개인 카페나 식당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견 식음료사업체 A사에서 일한 최은진(22,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원래 5시간 일을 하는데 2시간 일을 한 뒤 매니저가 손님이 없으니 퇴근해도 된다고 했다. 최 씨가 일찍 퇴근해도 임금을 주느냐고 물어 보자, 매니저는 일한 만큼만 돈이 나온다고 했다. 처음엔 시간을 채워 일했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자 그는 “손님도 없는데 뻔뻔하게 시간만 때우는 것 같아 눈치가 보여서 나중엔 조기 퇴근했다”고 말했다.
'알바 꺾기'는 작년 ‘알바노조’의 맥도날드 점거를 통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알바노조에도 꾸준히 상담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알바노조 조합원 최기원(31) 씨는 “근로기준법 상으로 사용자의 귀책 사유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영업 시간을 조절하는 행위인가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있지만, 이같은 '알바꺾기'는 근로자의 생계 유지에 장애가 되는 만큼 빨리 법적·제도적 개선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