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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도 않고 매년 폐기되는 음반 산더미... 음반 포장재 환경오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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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도 않고 매년 폐기되는 음반 산더미... 음반 포장재 환경오염 ‘비상’
  • 취재기자 김태희
  • 승인 2021.10.17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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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포장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로 인해 환경파괴 문제 발생
팬사인회, 앨범 구성품 미끼로 대량 구매 조장하는 음반업계도 문제
최근 솔로가수 청하 코팅 종이 대신 친환경 종이로 앨범 제작 눈길
부산의 한 복합 쇼핑몰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오프라인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희).
부산의 한 복합 쇼핑몰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오프라인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희).
음반 산업이 친환경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최근 환경 개선을 위해 각종 업계는 새로운 것들을 시도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친환경 종이 빨대를 진열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테이크아웃 컵’의 재질을 ‘페트(PET)’로 단일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친환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오가는 가운데, 음반 산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음반에 대한 관심과 소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 공인 음악차트인 ‘가온차트’를 기준으로, 작년 상위 100위까지 집계된 음반판매량은 3400만 장을 넘었다. K-POP의 해외 수출이 증가하면서 판매량은 점점 오르는 추세이며, 음반이 세계적으로 주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닐, 플라스틱,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들이 배출되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비닐, 플라스틱, 페트병 등 각종 쓰레기들이 배출되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음반 포장재인 폴리염화비닐 연소 때 부식성 가스 배출

그렇다면 음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환경을 파괴할까? 보통의 음반들은 폴리염화비닐(PVC)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염분 성분이 포함된 폴리염화비닐은 불에 타면 강한 부식성 가스가 배출되고, 재활용 또한 어렵다는 점에서 환경에 치명적이다. 앨범을 구성하는 사진들은 종이를 탄탄하게 만들도록 코팅을 하는데, 이 코팅 종이는 비닐과 종이를 분리해서 버려야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번거롭기 때문에 실제로 분리해서 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음반을 자주 구매하는 김 모(22) 씨는 “그냥 종이에다 한꺼번에 버리면 되는 줄 알았다. 잘 떼어지지도 않기 때문에 분리해서 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수 천t씩 폐기되는 음반

문제는 듣지도 않는 음반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구매하고는 집에 방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한 번에 수십 장의 앨범을 샀다가 타인에게 되팔고 버리면서, 플라스틱과 PVC 성분들이 수천 단위씩 폐기된다. 실물 앨범은 음악을 소장하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단순 눈요깃거리로 전락했다. 음반 소비자 김 모(22) 씨는 “앨범을 여러 장씩 구매하는 이유는 앨범 안에 든 포토카드(연예인 사진) 때문이고, 앨범으로 음악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앨범 대량 구매 원인은 음반 산업 자체에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앨범 대량 구매와 처분의 근본적인 문제는 현 K-POP 음반 산업 시스템 자체에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수가 앨범을 발매하면 팬사인회를 개최한다. 현재 팬사인회는 구매한 앨범 한 개당 응모권 하나로 집계한 후 랜덤으로 추첨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보려면,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앨범을 대량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앨범판매량은 해당 가수의 상품성을 증명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무리해서 앨범을 구매하기도 한다. 인기 가수의 앨범을 구매한 박가연(22, 서울시 마포구) 씨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닌, 음반 점수를 높이기 위해 앨범을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구성품 랜덤 지급으로 과소비 유도하는 기업들

음반 회사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과소비 유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앨범 구성품의 종류를 여러 버전으로 출시해서 랜덤으로 지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전략이다. 랜덤 지급은 구성품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원하는 물품이 나올 때까지 앨범을 구매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필요하지도 않은 앨범을 여러 개씩 구매하게 돼 비닐과 플라스틱이 대거 배출되는 문제를 낳은 것이다.
솔로 가수 청하의 첫 정규 앨범 ‘Querencia’가 친환경 종이박스로 포장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희).
솔로 가수 청하의 첫 정규 앨범 ‘Querencia’가 친환경 종이박스로 포장돼있다(사진: 취재기자 김태희).

친환경 소재로 앨범 제작 시도하는 아티스트도 늘어나

환경을 위한 음반 회사의 노력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가수 청하가 하나의 좋은 사례를 남겨 화제가 됐다. 청하는 친환경 종이로 제작된 새 앨범을 2월에 발매했다. 환경파괴 문제를 인식해 색다른 시도를 했다는 것. 청하는 2월 17일에 방송된 SBS 파워 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찢어지기 쉬운 카드를 제외한 모든 구성품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좋은 시도이다”, “청하를 시작으로 여러 회사에서 이를 시도하면 좋겠다” 등의 호평을 남겼다. 해외 가수의 사례도 있다. 뉴질랜드 출신의 팝스타 ‘로드(Lorde)’는 자신의 새 앨범을 CD 없는 ‘뮤직 박스’로 발매하며 큰 변화를 시도했다. 로드는 지난 6월에 발매한 앨범 ‘솔라 파워’를 디스크 없는 친환경 앨범으로 출시했으며, 음원을 받을 수 있는 카드와 사진 등으로 앨범을 구성했다. NME 매체보도에 따르면 로드는 CD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앨범을 만들고자 했으며, 자신의 앨범이 진화하는 현대 앨범의 본질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 맞게 음반 제작을 중지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앨범 제작 제한에 따라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음반 산업의 활성화와도 관계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오프라인 앨범 판매를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음반 회사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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