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입장 거부하는 노키즈존 확산 추세
노키즈존은 어른이 휴식 취하는 공간 돼
어른의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노키즈존
공중도덕 교육 않고 방치한 부모 책임 커
노키즈존 대신 예스키즈존이 더 많아지길
먼저 아이 대하는 우리 태도부터 바꿔야
“No Kids! 어린이는 출입이 안됩니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다. 술집을 넘어서 식당, 카페, 영화관, 최근에는 펜션과 캠핑장까지 노키즈존 팻말을 걸고 있다.
노키즈존은 어른이 휴식 취하는 공간 돼
어른의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노키즈존
공중도덕 교육 않고 방치한 부모 책임 커
노키즈존 대신 예스키즈존이 더 많아지길
먼저 아이 대하는 우리 태도부터 바꿔야
아이에게 큰 상처 vs 고객 권리 보장돼야...노키즈존, 찬성과 반대 엇갈려
노키즈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노키즈존으로 아이들이 눈치를 보는 사회가 될까 걱정된다는 의견도, 고객이 스트레스 받지 않을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김시은(21, 부산시 남구) 씨의 집 근처에는 노키즈존 카페가 있다. 김 씨는 “길을 걷다 노키즈존 카페를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며 “어린아이가 노키즈존 팻말을 보고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씨는 “노키즈존은 어른의 책임을 아이들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씨는 노키즈존이 생긴 이유가 가게에서 매너를 지키지 않는 어린이와 부모 때문이 아닐까 추측했다. 김 씨는 아이에게 예절을 교육하지 않은 어른의 잘못이 아이의 잘못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시윤(22, 부산시 수영구) 씨는 노키즈존 가게를 만든 업주의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어린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얘기했다. 이 씨는 “SNS에서 한 어린이가 식당을 갈 때마다 노키즈존인지 부모에게 묻는다는 글을 본 적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어린이가 자기 때문에 부모까지 식당에 입장하지 못하는 것을 본다면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연지(22, 전북 군산시) 씨는 “노키즈존이 어린이에게서 새로운 기회와 경험을 강제로 뺏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새로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 가고, 부모나 친구와 함께 놀러 다니는 경험이 아이에게 보물이 될 텐데 노키즈존이 그것을 막는다는 것. 김 씨의 삼촌은 사촌 동생을 데리고 외식을 할 때 노키즈존인지 검색해본다고 김연지 씨가 말했다. 김 씨는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우리가 노키즈존을 환영하게 된다면 노키즈존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결국 아이들이 갈 곳은 금세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더불어 김 씨는 “노키즈존의 증가는 곧 노틴에이저존(청소년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과 노시니어존(고령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이 생기고 증가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렇게 아이를 거부하는 노키즈존의 증가 추세는 노틴에이저존, 노시니어존이 늘어나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공공장소에서 충분한 휴식 공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말하며 노키즈존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손지수(22, 전북 군산시) 씨는 노키즈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씨는 작년 초 서울에 놀러 갔던 경험을 얘기했다. 여자친구와 식당에 갔는데 뛰어노는 아이들 때문에 밥을 먹는 내내 눈살을 찌푸렸다고 손 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손 씨는 “아이가 없는 가게에서 어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민정(22, 전북 전주시) 씨는 가게를 노키즈존으로 지정한 사장의 마음을 이해한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는데 어린이들이 가게에서 소리 지르거나 뛰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 씨는 “아이가 가게에서 소란을 일으키면 사장이나 아르바이트생한테 손님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얼마나 골치 아픈지 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하준 씨는 노키즈존이 오히려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 씨는 “가게의 건물 특성상 아이가 쉽게 다칠만한 구조물이 많으며 노키즈존이 생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 씨는 노키즈존 카페에 가면 계단이 너무 높아 낙상사고가 걱정되는 곳, 가게 인테리어가 쉽게 깨지는 것들로 되어있어 안전이 우려되는 곳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 씨는 “모든 노키즈존이 아이의 안전을 걱정해 생긴 건 아니겠지만, 정말로 어린이들을 위해 노키즈존 팻말을 단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인권위, 노키즈존 식당에 일률적 배제 금지 권고...그러나 권고는 강제성 없어 한계
유치원 교사인 최수정(46, 전북 군산시) 씨는 노키즈존의 가장 큰 문제는 나이로 아이들을 차별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여서,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여서 출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모든 어린이가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이건 불공평하다”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국가는 노키즈존을 어떻게 볼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한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는 아동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진정을 낸 진정인은 한 식당에서 열세 살 이하 아동이라는 이유로 나가줄 것을 요구받았다. 인권위는 피진정인 식당이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노키즈존 운영은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상업시설의 운영자들은 최대한 이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이들에게는 헌법 제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가 보장되지만, 이와 같은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권위 결정문에 따르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로 규정하고 있음을 참고해 판단했다. 인권위는 “모든 아동 또는 아동을 동반한 보호자가 큰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아동 및 아동 동반 보호자를 전면 배제하는 것은 일부의 사례를 객관적·합리적 이유 없이 일반화한 것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피진정인에게 향후 운영 식당의 이용 대상에서 13세 이하 아동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는 권유하도록 하는 일로 강제성은 없어 현재 노키즈존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다.젊은 엄마아빠들, 노키즈존·키즈존·키즈카페지도 이용해 가족 여행 장소 정하기도
이수연(36, 서울시 서초구) 씨는 다섯 살 아들이 있다. 이 씨는 주말에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잠깐 외출하곤 한다. 이 씨는 외출하기 전에 항상 하는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켜 가려고 하는 곳이 노키즈존인지 알아보는 것. 이수연 씨는 “노키즈존에서 쫓겨났다는 후기를 보면 불안해서 늘 검색하고 외출한다”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 씨는 “가게 입구에 노키즈존이라는 것을 알리는 스티커나 팻말을 붙이는 가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부모의 헛걸음을 막기 위해 2017년 노키즈존과 키즈존 리스트를 제보받아 지도로 만든 트위터 계정이 등장했다. 지도의 이름은 ‘노키즈존·키즈존·키즈카페’로 노키즈존뿐만 아니라 아이와 부모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수연 씨는 “이 지도를 알고 사용하는 엄마들이 꽤 많다”며 “어디가 노키즈존이고 어디가 키즈존인지 적혀있는 이 지도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 되길...가정서도 공중예절 가르쳐 타인 배려 습관 길러주어야
이수연 씨는 노키즈존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른과 어린이의 헛걸음을 막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빠른 방법은 노키즈존 가게 입구에 팻말이나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이수연 씨는 “노키즈존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좋지만, 키즈존이나 예스키즈존이 늘어나고 그것을 표시하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키즈존과 예스키즈존은 아이의 입장을 환영하는 공간이다. 이 씨는 “남편과 아이가 예스키즈존을 너무 좋아할 것 같다”며 “앞으로 예스키즈존이라고 적힌 곳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수정 씨도 예스키즈존에 대해 긍정적이다. 최 씨는 “예스키즈존은 자기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아이의 부담을 덜어줄 것 같다”며 “어른도 아이도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다”고 얘기했다. 노키즈존 찬반 의견도, 노키즈존 리스트에 대한 갑론을박도 계속되고 있다. 최수정 씨는 “노키즈존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어린이를 불편한 존재, 골칫거리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최 씨의 주장이다. “공공장소는 예절이 중요한 만큼, 부모는 아이에게 확실한 예절교육을 해야한다”고 손지수 씨는 부모와 아이의 노력을 강조했다. 손 씨는 “노키즈존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예절을 지켜야 한다”며 “남을 생각하고 행동해서 눈살 찌푸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누구나 친절한 사회를 꿈꾼다. 아동을 사회 공동체 일원로 인식하고, 그들을 존중하며, 친절함을 버려서는 안된다. 또한 장소에 맞는 예절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인식으로 아이에게, 더 나아가 모두에게 친절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