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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범 칼럼] 호국영웅 제대로 예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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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범 칼럼] 호국영웅 제대로 예우하기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2.07.11 06: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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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이 ‘승전{勝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2002년 발발 후 20년 만의 일이다. 천안함 희생장병 역시 그 헌신을 재평가 받고 있다. 2010년 폭침 이후 침몰 원인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과 정부의 홀대에 시달린 지 12년 만의 일이다.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은 사후 2년 만에 제 예우를 받고 있다. 6·25 참전 노병들은 지금껏 입던 허름한 조끼 대신 격식에 맞는 제복을 입을 것 같다.

우리에겐 ‘호국영웅’을 제대로 기리지 못한 역사가 있다. 제2연평해전에서 꽃다운 청춘을 바쳐 우리 바다를 사수한 희생을 기리지 못한 일, 천안함 사건의 국가적 희생 앞에 장병들의 살신성인을 푸대접한 일, ‘6·25 영웅’을 ‘친일부역자’로 몰며 대통령부터 조문조차 하지 않은 일…, 두루 이 시대의 일이다. 북한에 생존한 6·25 전쟁포로를 ‘빤히 쳐다보며 눈만 끔뻑거리기’도 했고. 호국영웅을 왜 이렇게 처우했는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전사자를 끝까지 예우하는 곳은 아테네뿐이며, 그것이 아테네를 강하게 만든다.” 아테네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마라톤 전쟁(BC 432) 순국병사 안장연설이다. 링컨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케네디가 취임사에서 인용할 정도의 감동이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r forgotten)’-미국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의 모토다. 부대의 구호는 ‘그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 그런 모토․구호 아래, 그들은 한국전쟁 전몰자 유해찾기에 한창이다.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호국영웅’들의 헌신을 과감하게 챙겨가고 있다. 보훈정책의 초점은,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방식 대신 호국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방식이다. 전 정부가 보훈정책에서까지 국민적 분란을 가중시킨 전례를 극복하고 있다. 그렇다. 페리클레스가 강조한 그 호국영웅 예우하기의 당연한 이치를 우리인들 자랑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그런 기조 아래 맞은 올여름은, 자주 가슴이 벅차다.


정부 보훈정책, 한껏 쇄신 중…호국영웅 예우 강화 방향으로

1. 정부가 보훈정책의 분위기를 한껏 쇄신 중이다. 편향적 역사인식 등으로 국민적 갈등을 부추겼던 지난 정부의 과오를 바로잡는 흐름이다. 전 정부가 보수진영의 반발에도 좌익성향 인사에 대한 서훈수여를 시도하고, 북한 관련 전쟁의 의미를 축소 평가하며 국민적 분란만 가중시킨 전례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천안함 피격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 북한 도발에 맞선 호국영웅에의 예우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제2연평해전을 승전(勝戰)으로 승격시킨 것은 좋은 예다. 그 해전, 지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등에서 '서해교전'으로 통해왔다. 국가전략 차원 전투의 의미를 축소, ‘서해교전’으로 부른 것은 옳지 못하다. 제 명칭을 찾으면서, 기념행사는 ‘승전 기념식’으로, ‘전적비’는 ‘전승비’로 바뀐다. 그 해전은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NLL을 침범, 우리 해군 참수리급 357호 고속정에 대해 기습 선제공격을 가하면서 발발했다. 이에 맞서던 해군 장병 6명이 끝내 전사했다.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2022-6-29)에서 전몰장병 유족이 해전 영웅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고 있다(사진; 구글 이미지).
올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식'에서 전몰장병 유족이 해전 영웅의 얼굴 부조상을 어루만지고 있다(사진; 구글 이미지).

천안함 전사자 유족과 생존 장병 역시 천대받은 지난날을 호소한다. 2010년 폭침 이후 침몰원인을 둘러싼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고, 소모적 논쟁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마저 ‘북한 어뢰 공격에 따른 격침’이라는 정부 결론을 외면했다. 그 대통령은 올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도 불참했다. 유족․장병들의 호소는 한결같다. 천안함 장병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는 것, 천안함 장병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꼭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6·25 영웅’ 백선엽 장군은 사후 2년 만에 제 예우를 받고 있다. 올 추모식엔 참석자도 많고, 군에서도 군악대와 의장병을 지원했다. 2년 전 그가 100세로 별세했을 때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애도 논평 한 줄 내지 않았다. 전란 속 나라를 지킨 전쟁 영웅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기는커녕, 대통령은 조문도 하지 않았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 전 주한미군 사령관들은 애도 성명을 냈다.

‘6·25 참전 노병들 정복 생겼다’-국가보훈처가 '제복의 영웅들'이란 프로젝트로 여름 제복을 제작했다. 린넨(마) 소재의 콤비형 재킷과 하의, 반팔 셔츠, 넥타이까지, 셔츠에는 6·25 참전용사임을 보여주는 기장과 훈장을 달았다. 넥타이에도 국가 유공자 상징체계와 6·25 참전유공자회 상징 자수를 새겼다. 제복 프로젝트에는 국내 각 분야 정상급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생존한 6·25 참전용사는 58,000여 명이다.

정부가 ‘6·25 참전 노병’을 위해 만든 단체복(사진=기존 단체복(왼쪽)과 새 단체복을 입은 장근식 6·25참전유공자회 부회장. 국가보훈처)
정부가 ‘6·25 참전 노병’을 위해 만든 단체복(사진=기존 단체복(왼쪽)과 새 단체복을 입은 장근식 6·25참전유공자회 부회장. 국가보훈처)

호국영웅 희생 되새기며 ‘나라다운 나라’ 가치 살려가야

2. “미국이 ‘세계최강’인 것은 무기와 기술력의 우위라기보다, 군인들의 군인정신 때문”이라는 버락 오바마의 찬사가 있다. 그는 취임 직후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 달려가 해사 생도들의 자부심을 한껏 자극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대단히 영광입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갖는 여러 특권 중 군 통수권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특권만큼 영광스러운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역시 남북전쟁 전몰용사 안장식에서 한 추도사 일부다.

해외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를 단 한 구라도 예외 없이 고국으로 송환해가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 참전용사에 대한 미국인의 진심 어린 존경 풍토는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을 일구고 지키는 진정한 원동력이다. ‘미국을 강하게 만든 건 군대를 최대한 예우하는 풍토’라는 역설도 가능하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오랫 동안 군대를 가장 신뢰하는 제도로 꼽고 있다.

미국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가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r forgotten)’는 구호 아래, 한국전쟁 전몰자 유해 찾기에 한창이다(사진; 구글이미지).
미국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가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r forgotten)’는 구호 아래, 한국전쟁 전몰자 유해 찾기에 한창이다(사진; 구글이미지).

우리에게도 페리클레스류의 명연설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의 제2연평해전 기념사다. “대한민국은 이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우리 바다를 사수한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호국의 영웅들입니다. (…)그러나 당시 우리는 그 고귀한 희생을 제대로 기리지 못했습니다. 변변한 추도 행사도 없이,(...)그 동안 참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야 했던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TV 중계에서 이 연설을 들으며, 나는 깊은 감동 끝에 눈물을 철철 흘린 기억이 있다. ‘나라다운 나라’의 가치를 다시 생각했다. ‘진실’의 힘은 위대함을 실감했다. 그 해 현충일엔 UN기념공원을 참배했다. 더러 알 터이다, UN기념공원 추모명비의 추모글귀를.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 유엔군 전몰용사를 추모하는 참 좋은 헌사다.

6․25 전쟁 참전 UN군 전몰장병 유족들이 부산 UN기념공원 추모명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다이내믹부산).
6․25 전쟁 참전 UN군 전몰장병 유족들이 부산 UN기념공원 추모명비를 살펴보고 있다(사진; 다이내믹부산).

'영웅 예우 못한 과거' 속 국가부터 보다 진중할 때

3.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나니/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싸웠노라/그러다가 죽었노라/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부디 일러다오/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모윤숙 시인,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한국전쟁 전몰장병의 원념을 그린 슬픈 시를 읽는다. 가슴이 뭉클하다. 젊은 생명의 고귀한 희생이 눈물겹다. 그렇다. 양의 동서, 시대의 고금을 가릴 것 없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일은 인간의 가장 고귀한 행동이다. 한국전쟁 전사자뿐인가, 일제 강점기 안중근 의사가 ‘조국의 위태로움을 보고 목숨을 바쳐 구하는’ 바른 삶이나, 연평해전에서 산화․부상한 해군장병의 희생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우린 그 위대한 해전을 영화 한 편으로 그리기도 어려운 나라였던가. 난, 영화 ‘연평해전’(2015.6.24 개봉)을 관람하곤, 그 감상을 페이스북에 남긴 적이 있다. “영화 ‘연평해전’을 봤다. 많이 울었다. 어둠 속에서 더러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감독은 “실화에 바탕한 휴먼 드라마”라고 담담해하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우리 바다를 사수한 여섯 호국의 영웅들. 당시 우리는 이 해전의 의미를 올바로 평가하지 못했고, 그 고귀한 죽음을 제대로 기리지도 못했기 때문일 거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초등학생들의 벙어리 저금통까지 달려들어 만들었다는 영화, 다행히 개봉 나흘 만에 관객 100만 돌파, 관객 평점도 단연 1위란다. 이 영화, 대박 났으면 좋겠다.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은 이들의 이름이나마 영원히 기억했으면 참 좋겠다. 호국영령을 끝까지 예우하는 전통, 그것이 나라를 강하게 만들 것임을 믿는다. 어렵게 영화 만든 영화인들이 작은 보람을, 고 윤영하 소령과 다섯 장병 가족들이 큰 위로를 받길 빈다. 대한민국 영원하라!”

우리는 이들을 얼마나 기억하는가. 국가는 이들을 얼마나 예우하는가. 우리나라는 정녕, 국군이 목숨을 바치고 싶어 하는 그런 나라인가. 우리가 새겨가야 할 교훈은 많다. 그 교훈은 전몰영웅의 희생을 제대로 기리지 못한 역사에서 출발한다. 북한에 생존한 한국전쟁 포로를 잊어온 긴 세월이 있다. 승리한 해전을 ‘승전’으로, 전몰한 영령을 ‘영웅’으로 평가하지 못한 뼈아픈 과거가 있다. 순국장병의 ‘아빠 없는 아이-남편 없는 아내’를 챙기지 못하는 못난 오늘이 있다.


"역사 망각해선 자유․평화 기약 곤란" 깨우칠 때

“과거와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역사를 모르고는 현재의 처지도, 앞으로 나아갈 길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는 선열들의 거룩한 희생과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자라나는 후손에게 역사를 올바로 가르쳐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나라 안팎의 여건은 어렵다. 세계 각국은 나라․민족의 생존을 건 무한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화두는 분명하다, ‘군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치나’이다. 국가의 이념과 정체가 확실하고 지킬 가치가 있을 때 군인은 목숨 걸고 나라에 충성할 터이다. 문제는 역사에서 얻어야 할 성찰이다. 끊임없는 전쟁, 끈질긴 이념 갈등 속에서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몰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물'이 생각난다. 기념비의 경구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그저 얻는 것이 아니다)"의 의미가 묵중하다.

호국 영웅에의 예우에 국가부터 더 진중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유가족이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겠나. 그건 그 영웅들의 명예이다. 영웅들의 명예를 입증하는 일, 그건 곧 국가의 몫이요 정부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정녕 군을 존중·예우하고 있다고 자부하려 한다면, 정부부터, 확실하게, 계속, 앞장섰으면 정말 좋겠다.

“호국영웅 예우하는 나라…그것이 강한 나라를…” 새삼 다짐을

그 ‘자유’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노블레스 오블리제’도 있다. 로마 시대 왕․귀족들이 보여 준 높은 도덕의식과 투철한 공공정신이다. 제발이지 국가 지도층(자녀)은 군대도 좀 자발적으로 가라. BTS의 병역특례를 위해 국회가 나서는, 그런 쓸데없는 짓도 좀 말라. 누구도, 국방의 의무 없이 자유의 값진 과실을 탐하지 말라.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평화는 호국영웅들의 희생 덕분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이 자유․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피를 흘렸고, 지금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에서 이겨야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믿음도 분명해야 한다, 군인 한 명의 목숨을 보석처럼 여기는 나라, 군인의 희생을 국민 모두의 일로 여기는 나라, 희생 영웅의 가족까지 최대한의 예우를 다하는 나라, 그 나라의 병사들은 용맹스러워지고 국방은 튼튼해진다는 것을. 페리클레스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호국영웅을 끝까지 예우하는 곳이며, 그것이 대한민국을 강하게 만든다”는 평범한 이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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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원 2022-07-11 07:27:35
야이쉑히말이통하는인재구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