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과 인플레이션 합성어, '베케플레이션' 퍼져
국제유가 상승에 제주행 비행기값 '껑충' 뛰어
숙박료, 렌트비 상승까지... 집에서 휴가 '방콕족'도
방학을 뜻하는 ‘vacation’과 물가상승 ‘inflation'을 합친 신조어 ’베케플레이션‘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휴가를 떠나려는 피서객들을 붙잡는다.
‘베케플레이션’은 휴가 비용이 급증하자 여행을 떠나기 망설여진다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신조어다. 엔데믹과 여름철 휴가가 맞물리면서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비행기 값과 각종 숙박비 등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상승이 겹치면서 여행 경비 부담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국내 여행으로 눈길을 돌려보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여행지 1위 제주도 항공권의 가격은 두배이상 뛰었다.
제주도가 본가인 대학생 송가현(22) 씨는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송 씨는 최근들어 비행기값이 오른 것을 부쩍 체감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오기 전 제주도 왕복 비행기 값은 5만원대였다. 송 씨는 “정말 저렴할 때는 편도 8000원까지 본 적 있다. 지금은 너무 비싸져서 본가 친구들이 나를 위해 비행기 값 모금을 해줄 정도”라고 말했다.
19일 기준, 부산에서 출발하는 제주도 항공편을 조회해본 결과 일반석 편도는 10만 원대다. 저가 항공사도 7만 원 이하로는 찾을 수 없다. 8월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계획하고 있는 대학생 박정선(22) 씨는 얼마전 왕복 항공권을 결제했다. 그녀가 항공권에 쓴 경비는 20만 원이다. 박 씨는 “아무리 비싸도 왕복 10만 원이면 갈줄 알았다. 20만 원까지 올라갈 줄 몰랐다”며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배 편을 알아보는 피서객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매진이다. 3등실마저도 구하기 어렵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한달전에 예매 페이지를 들어간 시민들도 좌절했다. 직장인 김모 씨는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려면 최소 두달 전부터 예약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비행기 값이 오르자 급격하게 배의 수요가 는 것이다.
교통뿐만이 아니다. 숙박료와 렌트비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름 성수기와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부산 피서지 인근 펜션들은 1박에 기본이 20여만 원이다. 인원 추가 옵션까지 들어가면 다인원 여행으로는 부담스럽다. 몇 달 전과는 다르게 확 오른 렌트비에 ‘뚜벅이’ 여행을 자처하는 사람도 늘었다.
여행경비 충당이 안되자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족’들이 생겼다. 이런 양상은 대학생들에게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첫 엔데믹 여름방학을 맞은 김모(23) 씨는 올해 여름휴가는 '홈캉스'로 보낼 계획이다. 김 씨는 "시원한 에어컨 틀어놓고 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쉬는게 휴가"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휴가를 떠나는 대학생들도 있다. 계획과 실행이 빠른 MZ세대답게 이미 예약까지 마쳐놓은 이들이다. 약 6개월전부터 제주도 여행을 준비해온 대학생 A씨는 “엔데믹이 오면 물가가 상승할 것 같아서 친구들과 미리 계획을 짰다. 지금 상황을 보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여러 정부 부처에서 물가안정에 힘을 쓰고 있지만, 시민들은 여름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물가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베케플레이션에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쳐 올해 여름휴가가 이후 물가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