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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주는 여유로움을 마지막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혼자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를 고르던 중 배우 이정재가 감독으로 입봉한 ‘헌트’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이전부터“배우가 감독이 돼 만든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하고 많이 궁금해했던 터라 망설임 없이 ‘헌트’를 예매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80년대 군부정권이다. 영화는 안기부 해외 팀 ‘박평호’(이정재)와 안기부 국내 팀 ‘김정도’(정우성)가 안기부 내에 간첩‘동림’이 숨어들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동림을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날 선 대립을 하게 된다. 둘은 처음에는 목표가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목표에 총구를 겨누게 된다.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사건이 배경인 영화를 좋아한다. 많은 시대적 배경이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배경은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운동에 관련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지금의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든 분들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이 배경이었던 영화는 주로 피해자가 주인공이었다. 그래서인지 영화 관람이 끝나고 나서는 항상 의문점 두 가지가 맴돌았다. 첫 번째는 “죽어가던 광주 시민을 보며 진짜 간첩이라고 생각했을까?”, 두번째는 “정말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어떤 영화를 봐도 두 가지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으나 ‘헌트’는 주인공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측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두 가지 궁금증을 이번에 ‘헌트’를 관람하며 조금이나마 해소했다. 그리고 주인공이 가해자 집단에 소속되어 있기에 어쩌면 5•18 민주화운동의 또 다른 피해자를 마주한 기분도 들었다. 또 ‘헌트’는 두 명의 주인공이 모두 안기부의 국내 팀과 해외 팀의 리더 이기에 그 당시에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영화로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기대감보다도 궁금증을 가지고 관람하게 된 영화라 그런지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되었다. 중간에 등장하는 카메오도 정말 많았다. 카메오가 전부 굵직굵직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들이라는 것도 영화에 몰입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카메오는 황정민 배우다. 황정민 배우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국제시장’이다. 그때 연기했던 장면이 너무 강렬해서 ‘황정민 배우 = 경상도 방언 잘 하는 배우’라고 떠오를 정도다. 그런 나에게 ‘헌트’에서 북한 방언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정말 새로우면서도 다시 한번 황정민 배우의 연기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화의 대표 포스터는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극 중 주인공 이정재와 정우성이 같은 타겟을 바라보며 총을 겨누고 있는 포스터가‘헌트’라는 영화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포스터 속 상황이 서로가 같은 목표를 향해 협조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처음에는 출발선이 다른 것처럼 보이던 두 사람이 결국은 같은 목표를 향해 서로에게 협조하게 된다. 두 주인공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시점부터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다른 목표를 가지다가 같은 목표를 향해 공조하려고 하는 두 사람이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들이 관객에게 긴장감을 배가 되게 하며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배우가 감독이 돼 만든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라는 내 질문에 대해 ‘헌트’는 배우가 감독이 되면 이렇게 색다른 시각으로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 질문에 완벽한 답이 되어준 영화이기도 하다. 5•18 민주화운동을 떠올리면 항상 재생되던 피해자의 억울함, 유가족의 상실감이 주된 내용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몰랐던 혹은 피해자의 고통에 가려져 윗선의 압박과 명령으로 강제로 가해자 위치에 놓였던 이들의 괴로움 또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한 영화다. 그렇기에 영화 ‘헌트’는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