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 카페거리, 전리단길, 전포 사잇길 사이에 형성된 한가롭고 독특한 분위기 거리 형성
SNS 사진 찍기 위해 서면 1, 2번가가 아닌 서면 3, 4번가로 향하는 개성 중심의 MZ 세대
중·고등학생 많고 시끌벅적한 곳 싫어하는 MZ 세대, 오픈된 주방, 편안한 분위기 찾아 이동
행복한 휴일 오전, 번화가에서 조금 벗어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 보이는 골목. 막상 골목에 들어서면 하나둘 각자의 개성을 드러낸 MZ 세대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같이 온 연인 혹은 친구와 원하는 분위기의 카페나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닌다.
음식점에 들어서면 시킨 음식을 먹기 전 음식점 내부와 음식의 사진을 여러 각도로 찍는다. 그리고 잠시 음식을 먹나 싶더니 또 분주하게 가게를 돌아다니며 자세를 취한다. 여자친구를 따라온 남자친구는 다리를 삼각대처럼 쭉 벌리고 바닥에 닿을 듯이 고개를 숙여 여자친구가 설정한 각도에 맞춰 사진을 찍는다. 분위기 있는 조명 밑이나 소품, 거울 앞은 기다려서 찍어야 하는 포토존이다. 이렇게 열심히 찍은 사진은 무수한 선택과 수정의 과정을 거친 후, 각자의 기준에 통과한 몇 장만이 SNS로 올라간다.
SNS 사진 찍기 위해 서면 1, 2번가가 아닌 서면 3, 4번가로 향하는 개성 중심의 MZ 세대
중·고등학생 많고 시끌벅적한 곳 싫어하는 MZ 세대, 오픈된 주방, 편안한 분위기 찾아 이동
음료와 음식 먹기 전에 사진 먼저 찍고 여친 인생샷 위해 카메라 각도 조절은 필수
MZ 세대가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이 골목, 바로 서면 3, 4번가다.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 보통 서면의 모습을 떠올리면 서면 1, 2번가가 생각난다. 하지만 MZ 세대의 생각은 다르다. MZ 세대는 서면 1, 2번가가 아닌 서면 3, 4번가로 향한다. 서면 N번가를 나누는 기준은 이렇다. 서면 금강제화부터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일대를 서면 1번가, 쥬디스태화부터 부전도서관 일대를 서면 2번가, 전포 카페거리부터 전리단길(전포역 홀수 출구) 일대를 서면 3번가, 전포역 짝수 출구부터 전포동 아이파크 아파트 밑(전포 사잇길) 일대를 서면 4번가라 한다.서면 1, 2번가는 중·고등학생, 조용하고 개성이 있는 3, 4번가는 MZ 세대가 선호
그렇다면 MZ 세대는 왜 서면 3, 4번가로 향하는 것일까? 취업준비생 남유정(26,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서면 3, 4번가로 넘어오면 1, 2번가에 비해 나이 어린 학생들이 적어서 거리가 조용하고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카페가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들이나 중·장년층들에게는 서면 3, 4번가가 비교적으로 덜 알려져서 1, 2번가로 향하기 때문에 비교적 조용하다는 것이다. 친구와 둘이서 부산여행을 온 대학생 김소진(22, 서울시 도봉구) 씨는 전포 카페거리(서면 3번가)를 여행 코스로 선정한 이유로 “인터넷이나 SNS에서 부산여행을 가면 꼭 가봐야 할 카페거리라고 해서 왔다”며 “높은 건물과 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서울의 번화가와 달리 전포 카페거리는 좁은 골목들 사이의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잘 살려서 좋았다. 특히 방문한 카페의 경우 오픈된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개성 있었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찾은 만큼 비밀스러운 공간으로 온 느낌이라 기분이 색달랐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하나(22, 경남 김해시) 씨는 “카페를 다녀온 친구들이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을 봤는데 왜 MZ 세대가 많이 가는지 알 것 같다”며 “사진으로만 봐도 MZ 세대가 좋아할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조만간 지인들과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1, 2번가에 비해 덜 알려진 3, 4번가의 조용하고 개성이 있는 가게들이 SNS의 주 사용층인 MZ 세대의 반응을 끌어내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아르바이트 그만두고도 찾아가는 서면 3, 4번가...사람 냄새 나는 가게 분위기 못잊어
심지어 서면 3, 4번가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도 손님의 입장으로 다시 찾게 만드는 마성의 장소다. 서면 4번가의 한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던 대학생 김세정(22, 부산시 기장군) 씨는 “당시 손님들의 나이가 20~30대여서 젊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다른 사람의 다양한 외적 스타일을 접할 수 있었던데다 오고 가는 언어도 품위가 있어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가게 사장님은 물론 동료들과도 사이좋게 지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때는 너무 아쉬웠다”며 “그만둔 후에도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주기적인 만남을 가지기 위해 꾸준히 서면 4번가를 찾는다”고 말했다. 보통 아르바이트나 일을 그만두게 되면, 불편하고 어색한 관계가 되기 때문에 다시 방문하는 것을 꺼리지만, 김 씨는 일할 때 사람들 간의 정을 느꼈고 거리의 감성이 자신의 감성과 맞았기에 일을 그만두고도 계속 가는 것이다.특유의 개성과 메뉴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서면 4번가 카페 ‘모우브’
사람들의 발걸음이 점점 줄어드는, 서면 4번가에서 조금 위로 올라가면 큰 셔터가 보이는 한 카페가 있다. 카페에는 SNS를 통해 찾아온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카페 이름이 적혀있는 셔터와 대표 메뉴인 아인 슈페너가 인상 깊은 곳, 바로 ‘모우브’다. 어쩌면, 사람들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운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졸업 후, 카페 ‘모우브’를 운영하는 조재민(26) 씨는 “아무래도 전포 카페거리부터 전리단길, 전포 사잇길에 카페가 많아 주변 가게들과 공생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거리에 주로 MZ 세대가 많아 카페를 많이 찾을거라 여겨 서면 4번가 쪽에 위치를 잡았다”며 “카페거리라는 문화가 생겨 서면 3, 4번가에 유동 인원이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이어 “카페를 트렌디한 거리 분위기에 맞추기보단 내가 정말 좋아하는 소품들과 분위기로 카페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