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어둡고, 무서운 이미지의 부적...젊은층 사이 하나의 굿즈로 인식
단순한 그림과 응원, 희망, 공감을 주는 문구로 디자인된 ‘캐릭터 부적’ 인기
원하는 연예인 포토 카드 기원 및 소원 적은 부적을 ‘손수’ 제작하기도
취업, 시험 등 불안한 미래를 해소하기 위한 ‘힐링’으로 부적 지니고 다녀
10~20대의 젊은 층 사이 캐릭터를 활용한 단순한 그림으로 되어있는 부적이 인기다.
흔히 부적이라고 하면 과거 점집에서 우려하는 일이 잘되길 바랄 때, 액땜을 막기 위한 용도로 비싼 값을 주는 노란색을 떠올린다. 점집의 부적은 노란색 종이에 어떤 문양이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글씨, 한자 등이 빨간색으로 쓰여 있다. 젊은층에 인기 있는 부적은 형태와 모양, 디자인이 점집의 부적과는 다르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부적은 응원, 일상생활에 공감을 주는 문구가 단순한 그림이나 캐릭터와 함께 디자인돼 있다. 이들이 선호하는 부적들의 특징은 ‘귀여움·예쁨·희망·공감·바람’ 등이 갖춰져 있다.
최근 부산 부산진구에서 오픈한 ‘최고심 팝업스토어’는 젊은이들에게 있어 부적을 살 수 있는 ‘핫플레이스(핫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심 팝업스토어는 일러스트레이트 최고심 관련 굿즈들을 판매하는 1층짜리 공간이다. 건물 외관부터 내부까지 곳곳에 ‘최고심’ 캐릭터들로 꾸며져 있다. 어린이가 연필로 그린 듯한 투박한 손 그림으로 인기 있는 최고심 캐릭터가 가득한 이곳에서 시민들은 캐릭터 기념품이나 굿즈를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은 ‘각종 고민 해결소’ 코너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최고심 부적 코너는 종류가 다양하다. 이 코너에는 사회 초년생, 젊은 층이 겪는 일들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부적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꿈이 이루어지는 부적’, ‘뜻밖의 성공 부적’, ‘모든 일이 잘되는 부적’, ‘자신감이 올라가는 부적’ 등 각종 응원 문구가 적혀있는 부적들이 있다. ‘돈이 따라오는 부적’, ‘감기가 빨리 낫는 부적’, '사랑 만땅 부적' 등 일상 속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의 부적들도 판매하고 있다.
Z세대들은 친구와의 모임에서 응원과 용기, 희망을 주기 위해 부적을 교환하거나 선물을 하기도 한다. 캐릭터 부적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 성은지(21, 부산시 사하구) 씨는 “캐릭터 부적은 ‘귀여움’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그 귀여움 덕분에 여러 장 구매해서 주변에 나누어 준다”고 말했다.
젊은 층들은 본인이 선호하는 그림과 문구, 이루고자 하는 바람으로 부적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각종 SNS에서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활용한 부적, 소원으로 만든 부적을 만드는 방법들이 게시돼 있다. 이에 네티즌들은 ‘내가 직접 만드는 부적인 만큼 더 의미 있고, 소원이 이루어질 것 같다’, ‘꼭 내가 만든 부적대로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 외에도 좋아하는 아이돌의 앨범을 구매했을 때 원하는 포카가 나오게 해주는 ‘포카 부적’도 있다.
포카(포토 카드) 부적은 ‘내 최애가 도착하게 해 주세요’, ‘좋아하는 연예인 포토 카드가 들어있게 해주세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만든 부적이다. 이 부적은 노란색과 황토색 계열을 바탕으로 빨간색 글씨를 갖춘 모양이다. 부적의 가운데에는 연예인의 얼굴 사진이나 연예인 닮은 꼴의 캐릭터를 넣기도 한다.
캐릭터 부적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 대학생 김민경(21, 부산시 남구) 씨는 “부적의 효과를 무조건 맹신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나의 부적에 효과가 있기를 기대할 때가 있어 소유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유명진(22, 부산시 진구) 씨 역시 “캐릭터 부적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부적대로 소원이 이뤄졌을 때는 우연이라고 생각하며 기대는 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젊은층 세대들은 취업, 시험 등 불안한 미래를 해소하기 위한 힐링으로 부적을 지니는 셈이다.
과거 어둡고 무서운 이미지였던 부적이 젊은 층 사이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변형되면서 소장하고 싶은 욕구와 모으는 재미를 주는 것으로 변화했다. 성은지 씨는 “요즘에는 부적의 종류가 무척 다양해져 누구나 자기 취향, 상황에 맞는 부적을 구하기 쉬워졌다”며 “가격 역시 저렴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명진 씨는 “캐릭터 부적이 결국에는 ‘다 잘될 거야’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부적의 의미 자체가 가벼워져 사람들이 부적을 하나의 굿즈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