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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 칼럼] 깨끗한 길거리와 아리따운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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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 칼럼] 깨끗한 길거리와 아리따운 아가씨
  • 칼럼니스트 박기철
  • 승인 2023.10.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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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레기에 관심이 많다. 2015년에는 매일 쓰레기 일기를 쓴 적이 있다. 그 글쓰기는 책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책 제목은 『아~ 쓰레기』다. 부 제목은 ‘쓰레기에 관한 1년 365일 everyday 인문생태학 관점의 보고서’라고 길게 달았다. 그 글을 쓸 당시에는 외국을 가서도 온통 쓰레기에 관심을 가졌다. 아직도 외국에 가면 쓰레기통에 관심이 꽂히는 건 어쩔 수 없다.

퍼스 도심을 걷는데 청소부 아저씨가 비운 쓰레기통을 넣고 있었다. 그 장면이 내게는 매우 이국적으로 이색적으로 다가 왔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도심의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렇게 도심에서 쓰레기통을 비워서 비치하는 지극히 평범한 장면은 코리안에게 아주 희귀한 장면이 되고 말았다. 길거리에는 저렇게 쓰레기통이 있어야 당연하며 마땅하다. 쓰레기통이 있으면 쓰레기 종량제 때문에 쓰레기 봉투값 아낄려구 집안 쓰레기를 여기에 마구 버리기에 쓰레기통이 치워졌다는 설이 있던데… 집안 쓰레기를 바깥 쓰레기통에 버리면 안된다. 쓰레기통을 치워도 안된다. 치워진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다. 안타까운 일이다. 현대인은 쓰레기를 안버리고 한시도 살 수 없다. 특히 1회용 용기들이 너무나도 많아졌기에 쓰레기는 필연적으로 나온다. 그러니 쓰레기통이 없으면 아무데나 버리기 쉽다. 쓰레기통이 있어야 쓰레기가 담겨져 모인다. 쓰레기는 흩어지는 법이다. 백명 중에 서너명만 마구 함부로 쓰레기를 버려도 도시는 쓰레기로 지저분하게 된다. 아무리 멋진 건물이 들어서도 주변에 쓰레기가 넘치면 후진 장소가 된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퍼스에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퍼스에서

도시 행정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데 지금보다 더욱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현재 이탈리아 로마의 시장은 쓰레기 문제 해결이라는 현실적 공약을 내세우며 당선되었다는데… 쓰레기 문제 해결은 아주 복잡한 구조적 문제다. 그러면서도 아주 단순한 원천적 문제이기도 하다. 쓰레기가 나오면 될수록 빨리 치우면 된다. 그런 쓰레기 처리에 더 많은 예산이 쓰여야 하며 인력도 보강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저 고마운 청소부 아저씨를 찍었다. 그리고 내가 앉았던 곳 주변의 쓰레기를 주웠다. 그걸 보았는지 아가씨가 날 보고 다정하게 손뼉치며 웃는다. 마침 다른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자기도 찍어 달라는 귀여운 포즈도 취해 주었다. 저 예쁜 아가씨는 원래 어려서부터 사진 찍히는 것에 아주 익숙한가 보다. 덕분에 한 컷 찍을 수 있었다. 청소부 아저씨는 쓰레기를 치워서 거리가 깨끗하고 아리따운 아가씨는 날 보고 저렇게 환한 미소를 짓는데 갑자기 퍼스라는 도시가 참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순간 버쩍 들었다. 기분좋게. 참!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게 단순 순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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