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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광고는 눈부시게 바뀔 것...열정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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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광고는 눈부시게 바뀔 것...열정 있는 사람만 할 수 있어"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8.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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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광고제 참석한 미 오클라호마대 광고학과 윤도일 교수 인터뷰 / 최은진 기자

지난 25일 개막된 부산국제광고제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부산 벡스코에는 전 세계 광고인들이 출품한 광고 작품들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고, 새로운 광고 트랜드를 소개하고 토론하는 다양한 세미나도 열린다. 그 중 대학생들을 위한 특별 광고 세미나도 있다. 강연자는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광고과 Dolye Yoon 교수. 그의 한국명은 윤도일이다.   

영문학과를 졸업했지만, 우연히 접한 광고 서적으로 광고에 눈을 뜨게 된 윤도일 교수. 그 책은 윤 교수의 인생을 바꿨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윤 교수는 한국 굴지의 광고회사에서 베테랑 광고기획자로 일하다가 선진 광고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려고 미국 미주리 주립대 저널리즘 스쿨로 유학길에 올랐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광고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고 오클라호마 주립대 광고과 정년 보장 교수가 됐다. 초년병 광고기획자부터 지금까지 27년이라는 긴 광고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광고와 함께 살아온 그가 광고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부터 물어 봤다. 

윤 교수는 서강대 영문과 85학번이다. 지금 영어로 강의하는 미국 교수가 된 데에는 대학시절 전공도 한몫했을 터. 윤 교수는 4학년이 될 무렵 대학원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이곳저곳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1988년 12월 6일, 대학원 시험일에 그는 얼마 전 입사 시험을 본 보험회사로부터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진학이냐, 취업이냐 갈림길에 서게 된 것. 그의 선택은 보험회사 출근이었다. 한 동안 보험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윤 교수는 우연히 서점에서 광고 관련 서적을 읽게 된다. 존 케이플즈의 책이었다. 그는 그 책에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신세계를 발견했다. 곧바로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광고회사에 취업했다.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자 광고 인생의 시작이 된 것이다.

윤 교수가 광고회사에서 처음 기획한 광고는 일양약품의 '영비천'이라는 드링크였다. 뒤를 이어 왕년의 인기 가수 김완선이 모델로 등장한 식물성 섬유 드링크제인 '나폴레옹 화이바', 신간 서적 <배꼽>의 라디오 광고 등을 작업했다. 그리고 1993년 그는 LG광고에 스카웃됐다. 28세 때였다. LG에서는 오로지 나이키 광고만 기획했다. 1997년 야구선수 박찬호를 모델로 한 나이키 광고를 마지막으로 그는 광고회사에서 보낸 7년을 마무리했다.

주변 사람들에겐 갑작스러워 보였지만 그의 퇴사 배경엔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오랜 꿈이 숨어 있었다. 대학원 시험과 보험회사 취업을 고민하다 취업의 길을 골랐지만 애초의 꿈이었던 학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마지막 인생의 선택이었던 셈.  이번엔 영문학이 아니라 광고학이었다. 광고학 공부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광고 실무자로서 참여한 한 해외 광고 세미나였다. 윤 교수는 1996년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 참여해서 상품 브랜드와 관련된 세미나 발표를 듣게 됐다. 그는 그 발표를 들는 순간, 오래 접어두었던 학구열이 가슴 속에서 다시 솟아올랐다. 유학을 결심하고 1997년에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윤 교수는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많은 광고 텍스르를 분석하고 연구했다. 그 무렵 그는 국제항공 특별수송회사인 'FedEx' 광고의 TV 방영중 발생한 '방송 사고'를 보게 됐다. 광고 도중 화면에 칼라 바가 떴던 것이다. 다음 날 등교하면서 그는 동료 학생들이 그 방송 사고에 대해 이런 저런 뒷말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아무도 전날의 방송사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 오히려 그가 의아해졌다. 알고 보니 그가  방송사고라고 생각했던 칼라바는 FedEx 광고의 일부분이었던 것. "만약 FedEx였다면 빠른 배송으로 방송사고를 낼 일이 없다. FedEx라면 번개 배송이 가능하다"는 메시지였다. 윤 교수는 “그때 광고 아이디어의 무궁무진함에 대한 경이감을 느꼈달까, 이 광고가 잊히지 않아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예화로 든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금 오클라호마 주립대 광고학과 교수로 디지털 광고, 광고조사론, 매체 기획론 등 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정보를 모으는 방법,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광고주가 원하는 대로 계획을 짜는 방법들을 가르치는데, 이론은 물론 직접 광고를 만들어 보게 하는 실무 수업도 병행한다. 윤 교수가 가르치고 있는 수업을 포함해 미국 대학의 광고 교육은 대부분 실무 위주다. 학교에 자체 'PR 대행사'를 가지고 있는 오클라호마 주립대는 학생들이 학교 대행사의 인턴으로서 다른 독립 대행사와 경쟁해 광고를 수주하는 경험을 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오클라호마 대학의 이런 실무 위주의 광고 교육에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평소 학생들에게 관대하는 윤 교수. 하지만 해야할 과제를 수행하지 않았을 때는 엄격하게 대한다고 말한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윤 교수는 광고 철학은 '소비자를 위한 광고가 가장 잘된 광고'라는 것. 광고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이자 회사가 이윤을 얻게하는 수단이므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광고 메시지가 결국에는 이윤을 많이 남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가르치는 마케팅 조사와 광고 조사는 광고 지망생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과목이다. 윤 교수는 “광고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어 조만간 '광고'라는 단어 자체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TV, 신문, 잡지, 라디오 등 전통 매스미디어는 광고매체로서의 효용이 점차 떨어지고 온라인이 떠오르는 추세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수동적으로 광고를 접하던 소비자들도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광고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것. 광고를 대부분 모바일 폰으로 보는 시대가 오면서 광고의 형식과 내용 자체가 변하고 그에 따라 '광고'라는 말도 다른 어떤 단어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교수는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광고와 직접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광고가 뜰 것이고, 두,세 개 종류의 미디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콜라보 광고 비즈니스가 새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교수는 광고에선 프로페셔널한 기술과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광고에 대한 열정, 'passion'이라고 강조했다. '광고쟁이'를 꿈꾸는 젊은이라면 더욱 더 열정을 가지고 광고에 뛰어 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래 광고인들에게 “광고는 '3D 직업'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직업이다. 그래서 정말로 광고를 좋아하고 그것을 감수할 수 있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미국 대학생들은 대학 4학년 2학기가 끝나 가는 12월까지 학과 전공 공부에 전념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졸업식이 끝난 후부터 직업을 찾아 나선다고 했다. 대학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등 지나치게 조급한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너무 힘겨워 보인다는 말을 남긴 그는 세미나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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