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려 치우는데 3일이나 걸렸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쌓였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다시 발생했다. 지난 17일(2010년), 남아공 월드컵 한국과 아르헨티나 전이 있었던 5만 3000여석 규모의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한국을 응원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시민들이 돌아간 뒤 경기장은 하나의 거대한 ‘쓰레기더미’로 변해있었다.
좌석에는 깔개용으로 쓰인 신문지들이 그대로 좌석에 방치되어 있었다. 먹다 남은 음식물과 음료수가 그대로 담긴 용기들도 보였다. 한국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때마다 신나게 두드리던 막대풍선 역시 바람이 빠진 채 의자 밑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날 주최 측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쓰레기를 수거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응원전이 열리기 전 진행자가 “2002년 때는 쓰레기가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리스 전이 끝나고 3일 동안 치워야했다. 2002년 때처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 달라”고 외쳤고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 때도 전광판을 통해 쓰레기들을 다시 가져가달라는 안내문구가 나왔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시아드 주경기장에는 제법 많은 쓰레기통이 비치되어 있었지만, 5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들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모든 쓰레기통은 다 찬 것도 모자라 넘쳐 있었으며 시민들은 이미 차 있는 쓰레기통 바로 옆에 더 많은 쓰레기들을 갖다놓기 시작했다.
매점 옆에도 이미 있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매점을 위탁 운영하는 김일엽 씨는 바로 옆에 쌓여있는 쓰레기더미를 보며 “한 두 사람이 버리기 시작하니 모두가 버리기 시작하더라.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소수의 시민들만이 자기 자리 주변을 뒤늦게 청소하고 있었다. 한 시민은 “이겼을때만 지키는게 에티켓이 아닌데, 정말 너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가족들도 많이 있었다며 “애들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나?”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장 뿐만 아니라 바깥에도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하지만 어느 시민들은 힐끗 바라보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심지어 버려진 패트병으로 축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오범석 선수를 “오버래핑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라고 비판하며 그 장면을 재연하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남은 쓰레기들은 시설 관리 사업소에서 치워야만 한다. 문제는 소수의 인원으로 이 많은 양을 치울 수가 없어 결국 청소 용역업체에게 의뢰해야만 하는데 이것들이 모두 시 예산에서 나가게 된다. 결국 ‘세금’이 쓰이게 되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단속하려 해도 5만이 넘는 시민 중 누가 버렸는지 알 길이 없어 대책이 없다. 그냥 시민의식에 기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