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소나타 K-리그’가 개막하면서, 축구 국가대표팀에 몸 담았던 선수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남아공 월드컵이 100일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최종엔트리에 들어갈 마지막 기회 역시 리그에서의 활약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축구협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허정무 축구대표 감독은 지난 3일 코트디부아르전 이후 귀국길에서 본선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게 중요하다며, 앞으로 프로축구 K리그 현장을 누비며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베스트11’이 자신에겐 윤곽만 그려졌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매는 이들이 있다. 공격수인 정성훈, 측면 미드필더를 맡은 이승현과 박희도, 마지막으로 측면수비수 김창수가 그런 경우이다. 이들은 모두 허정무호에 승선한 경력이 있다.
월드컵 승선에 가장 유력한 선수는 팬들 사이에서 ‘스피드 레이서’라고 불리는 이승현이다. 별명답게 그는 100미터를 11초에 주파하여 리그 내 최고로 빠른 발을 자랑한다. A매치 데뷔무대였던 작년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이승현은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박주영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뒤로도 계속해서 꾸준히 허정무호의 부름을 받으며 겨울 전지훈련과 올해 초 동아시아연맹컵대회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지난 6일에 있었던 리그 2라운드 수원 원정경기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이승현이 무릎을 가격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부산이 교체카드 3장을 모두 사용한 이후여서, 그는 종료될 때까지 약 10분간 제자리에서 고통을 견디며 서 있어야만 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는 부상을 당했던 바로 그 장소에 참았던 신음을 내뱉으며 쓰러졌다. 부상 정도는 앞으로 구단 의료진에 의해 정밀검사 후 발표되겠지만, 통상적으로 무릎 부상은 장기간 결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그가 신속하게 회복에 성공하여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그는 이번 월드컵을 TV화면으로만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190cm라는 뛰어난 신장에, 정교한 발재간을 지닌 정성훈에게도 이번 시즌은 남다른 각오로 다가온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그는 국대 주전 타겟형 스트라이커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장신을 이용한 헤딩과 상대와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동료에게 공간을 창출하는 그를 허정무 감독은 8경기 동안 꾸준히 기용하며 가능성을 점검했다. 비록 득점은 없었지만, 잉글랜드의 공격수 ‘에밀 헤스키’처럼 팀 내 공격을 보조하는 도우미로서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그러나 작년 유난히 잦았던 부상이 화근이었다. 정성훈은 시즌 초 4경기 4골이라는 오름세를 펼쳤으나, 허벅지 근육에 부상을 입어,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을 재활기간으로 보냈다. 부상회복 후, 경기에 다시 나서서 전남을 상대로 2골을 터트리며 맹활약했지만, 이번에는 경남 원정 경기에서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구단에 정성훈의 몸 상태를 문의하고 부산 경기를 관전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상황이었기에, 그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결국 정성훈의 이름은 이번 겨울 전훈 예비명단에조차 들지 못했다. 그 무렵 태어난 둘째아이의 얼굴을 뒤로 하고 재활훈련에 매진했다. ‘뼈를 깎는 고통 끝에’ 리그 개막전 복귀에 성공한 그는, 교체 출전으로 잠시 숨을 고른 후, 두 번째 경기인 수원전에서 복귀골을 터트렸다. 허정무 감독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눈앞에서였다. 황선홍 부산 감독도 구단 홈페이지에 정성훈의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시즌 개막 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월드컵 대표팀 스트라이커 경쟁에 충분히 뛰어들 수 있다고 격려했다.
겨울 전훈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박희도와, 작년 중동 원정 2연전에 후보 로 참여했던 김창수 역시 남아공으로 가는 마지막 기회를 노리고 있다. 둘 다 리그 내 세 손가락에 드는 뛰어난 선수들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박지성. 이영표 등 쟁쟁한 선수들이 이들의 경쟁포지션에 자리 잡고 있어, 그들이 최종명단에 포함되는 ‘깜짝선발’이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공은 둥글다’라는 격언이 있듯이, 이들이 올 시즌 꾸준히 좋은 성과를 보인다면, 그들 중 누군가의 이름이 남아공으로 가는 비행기 예약명단에 새겨질 수도 있다. 부산 팬들에게 올 시즌 K-리그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심거리가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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