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자 초등학생들을 매료시키는 오락 게임기기가 등장해 화제다. 이 게임기기는 프리파라 게임이라 불린다. 프리파라 게임은 특정 인물이나 동물 등을 음악에 맞춰 키우는 ‘육성(育成) 게임’의 일종이다. 이 게임은 PC나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 아니라 대형 마트에 설치된 오락기기로 즐기는 일종의 전자오락 게임으로 아케이드 게임이라 불린다.
이 게임은 오락실이 아니라 대형마트에만 설치되어 있는 게 특이하다. 그래서 최근 대형마트 한구석에 아이들 줄이 길게 서 있으면 그게 바로 프리파라 게임기가 설치된 곳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다. 프리파라 게임기는 현재 홈플러스, 이마트 등 전국 대형마트 140여 곳에 설치돼 있다. 아이들은 게임을 통해 가수 연습생 신분인 게임 주인공 캐릭터를 예쁘게 꾸며 가수로 데뷔시키고 유명 아이돌로 키워나간다. 프리파라 게임 안의 캐릭터의 등급은 연습생, 데뷔, 메이저, 톱, 신으로 나뉜다. 게임을 하며 캐릭터 등급을 올리는 게 게임의 성취 목표다.
프리파라(プリパラ)는 일본 만화에서 유래했다. 이 만화는 아이돌 무대의 꿈인 ‘프리파라’에 우연한 계기로 초등학교 5학년 주인공 ‘라라’가 데뷔하게 되며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 일본의 ‘일본TV도쿄’에서 현재 ‘프리파라 3기‘ 만화가 매주 화요일 방영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MBC, 애니플러스, 챔프, 디즈니 등의 방송사에서 만화가 방영되고 있다. 프리파라는 이 만화를 원작으로 해 일본 완구회사 ‘다카라토미’ 사가 아케이드 형식(오락실용) 게임으로 만든 것.
부산 사하구의 A 대형마트에 설치된 프리파라 게임기 앞에는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로 북적거린다. 이곳에서 만난 이은비(8, 부산시 사하구) 양은 주말마다 프리파라 게임을 즐길 만큼 이 게임에 푹 빠져있다. 이 양은 “내가 원하는 옷을 캐릭터에 입힐 수 있어서 좋다. 내 캐릭터가 ‘기대의 아이돌’이 되었을 때 친구들이 부러워했다”며 프리파라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했다. 이 양의 어머니인 최모(35, 부산시 사하구) 씨는 “프리파라 게임이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또한 자기 차례가 되기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애가 동네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고 말했다.
처음 게임을 하는 사람은 500원 짜리 동전 두 개를 넣어야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게임 1회 비용이 1,000원인 셈이다. 게임하기 전에 예쁜 아이돌 가수 후보생인 자신의 캐릭터를 정한다. 그러면, 각종 음악에 맞춰 화면에 현란하게 움직이는 여러 개의 동그라미들이 날아다니는데, 동그라미가 두 개 이상 겹칠 때 버튼을 누르면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함께 점수가 올라간다. 약 30초간 계속되는 겹치는 동그라미 잡기 한 게임이 끝나면 ‘프리티켓’이라는 것이 한 장 나온다. 이 프리티켓을 게임기기에 붙은 스캐너에 넣으면 옷이나 신발 등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기 캐릭터를 꾸밀 수 있다. 그 후 자신의 아이디를 입력하면 한 게임이 완전히 끝난다. 전국 어디서나 프리파라 게임기에 동전을 넣고 자신의 아이디를 입력하면 언제든지 자신의 캐릭터를 불러내 게임을 이어서 할 수 있다.
문제는 한 게임을 하고 얻은 한 장의 프리티켓에 한 개의 패션 아이템밖에 없다는 것. 자신의 캐릭터를 더 예쁘게 꾸며 등급을 연습생에서 데뷔, 메이저, 톱, 신으로 높여가야 하는데 1,000원어치 약 30초 한 게임에 고작 한 개의 패션 아이템밖에 얻지 못 하는 게 문제. 게임에 빠진 어린 여자 어린이들은 프리파라 게임과 관련된 제품을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부모들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게임을 하지 않고도 자신의 프리파라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 판매되고 있다. 구입 가능한 프리파라 게임용 패션 코디 아이템은 N등급, R등급, SR등급, PPR등급 등으로 아이템마다 등급이 매겨져 있다. 높은 등급의 코디 아이템은 캐릭터를 화려하게 만들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레어 코디 세트–큐트’ 제품의 경우, 아이돌 카드와 코디 티켓 9장이 들어 있는데, 이 세트의 코디 티켓을 이용하면 소위 높은 등급(R, SR, PPR)인 코디 아이템을 바로 얻을 수 있다. 이 세트는 현재 토이자러스 홈페이지에서 1만 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밀피 컬렉션 스타트 세트’ 제품은 앞서 소개한 제품들의 총 집합체 같은 제품이다. 이 제품의 경우 현재 인터넷 쇼핑몰에서 약 3만~6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프리파라 패션 코디 티켓을 넣고 다니는 ‘프리파라 전용 파일백’도 등장했다. 전용 파일백에 프리파라 프리티켓 카드를 보관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로부터 부러움을 산다. ‘프리티켓 파일백(트윙클 리본, 캔디 아라모드 등으로 불린다)’ 제품의 경우, 파일백과 마이티켓(게임기에선 얻을 수 없는 코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카드)등을 포함해 3만 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티켓을 90장 이상 보관할 수 있는 가방 형식의 ‘프리티켓 파일백–마리오네트 뮤’ 제품은 현재 각종 인터넷 쇼핑몰에서 약 2만 3,000~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얼마 전, 자녀의 생일 선물로 프리파라 파일 백을 사 준 주부 이모(36,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딸이 프리파라 파일백이 너무 가지고 싶다고 해 가격을 알아보니 3만 원이 넘었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이었지만 딸이 너무 가지고 싶어 해 생일 선물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프리파라 관련 제품들이 인기를 얻자,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거래가 인터넷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선 프리파라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중고나라 뿐만 아니라 프리파라 제품 교환, 판매를 목적으로 한 카페도 개설됐을 정도. 이 카페에선 자신이 가진 프리파라 제품을 판매한다거나 자신이 원하는 특정 카드를 다른 카드와 교환을 원한다는 게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프리파라 게임에 빠진 딸을 둔 부모들은 프리파라가 폭력 대신 낭비벽을 조장하는 문제에 골치를 앓고 있다. 김명철(38, 부산시 사하구) 씨는 “딸이 프리파라 파일백이 가지고 싶다고 졸랐다.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프리파라 등급 경쟁이 일어 낭비를 조장하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