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캐릭터 분장한 '주인공 코스프레' 최고 인기...외국인 관광객까지 "너무 재밌어요" / 정인혜 기자
만화인들의 축제 제103회 '부산 코믹월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부산 벡스코에서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코믹월드가 열렸다. 이 행사는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동아리 판매전 등을 통해 직접 창작한 작품을 전시, 판매했다. 프로 만화가나 성우를 만날 수 있는 특별 이벤트도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7일 오전 8시.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부산 벡스코 앞에는 코믹월드를 찾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만화인들의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주차장에서도 캐릭터 스티커가 붙은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벡스코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도 캐릭터 스티커를 붙인 차량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부산뿐 아니라 김해, 울산 등 다른 지역 시민들도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벡스코를 찾았다.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부터 자녀 손을 잡고 서 있는 중년 부부들까지 참가자 면면도 다양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박지희(33) 씨는 “아이가 코믹월드에 가자고 보채 새벽 여섯 시에 행사장을 찾았다”며 “아침에 나올 땐 너무 피곤했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외국인 관람객도 있었다. 아시아 투어 중이라는 미국인 피아 존(33) 씨는 코믹월드를 관람하기 위해 새벽 기차를 타고 울산에서 부산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피아 씨는 “일본에서도 못 봤던 만화 캐릭터들을 한국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너무 좋다”며 “인스타그램에 오늘 찍은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 수가 폭발할 것 같다”고 들뜬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코믹월드의 다양한 프로그램 속에서도 단연 행사의 꽃으로 주목받는 것은 코스프레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다. 이날 행사장에도 형형색색의 가발과 복장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를 만난 관람객들은 너도나도 “우와” 환호성을 외치며 코스프레를 한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코스프레 의상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모자, 벨트 등 작은 소품들을 동원해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이날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노래의 왕자님>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변장했다는 한 참가자는 “코믹월드 행사 덕분에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만화를 좋아한다고 하면 오타쿠라고 하며 비꼬는 사람들이 많아서 항상 주눅 들어 있는 기분이었는데,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만나니 마음이 편하다”며 “하루쯤은 내가 좋아하는 만화의 주인공이나 캐릭터가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코스프레라든지, 굿즈(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상품) 수집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 있는 취미”라며 “다른 사람들의 취미를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행사에서는 만화 노래자랑, 일러스트 콘테스트, 엽서 그리기 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도 곁들여졌다.
행사를 주최한 코믹월드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창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취미활동을 공유함으로써 건전한 문화 향유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며 “만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행사”라고 행사 취지에 대해 밝혔다.
한편 오는 13~14일에는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제148회 서울 코믹월드가 열릴 예정이다. 제104회 부산 코믹월드는 오는 7월 8일~9일 양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