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 휴대폰 등 19종 실험 결과 전 제품 효과 없다" 발표에 소비자들 황당 / 이슬기 기자
전자파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가전제품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어 일상 속에서 전자파를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금이나마 전자파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가격이 비싼 전자파 차단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렇듯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자파 차단 효과를 표방한 제품이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과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전파연구원은 정부 3.0의 일환으로 전자파 차단 제품의 성능시험을 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전자파 차단 제품 19종의 전자파 차단 성능을 검증한 결과, 전 제품 모두 차단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 관련 전자파 차단 제품 11종은 스마트폰 장착 시 통화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안테나 성능을 유지한 상태에서 전자파 흡수율을 줄이지 못했다.
휴대폰 관련 제품별로 액정필름 2가지와 이어폰 걸이는 장착 후 전자파 흡수 감소율이 10% 이내에 불과했고, 전자파 스티커와 케이스 등 7종은 전자파 흡수율을 최고 95.6% 감소시켰지만 안테나 성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파 파우치는 전파 자체를 완전히 차단해 통화 불능 상태에 놓이게 했다.
휴대폰은 항상 몸에 소지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전자파 차단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대학생 이모(23, 부산시 해운대구 반여동) 씨는 “휴대폰에 항상 전자파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는데 효과가 없다니 허탈하다”며 “다른 제품에 비해 전자파 차단 액정필름이나 케이스는 두세 배가 비싼데 전자파 차단이 안 된다니 너무하다”고 말했다.
생활환경 관련 전자파 차단 제품 8종을 가전제품에 장착 후 전자파 발생량을 측정한 결과, 모두 전기장과 자기장을 동시에 감소시키지 못해 전자파 차단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제품의 전자파 발생량은 전기장 및 자기장 강도로 측정하는데, 전자파 차단제품 장착 후 전기장 및 자기장 값 모두 감소해야 차단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실험된 4종(침구‧앞치마‧남성조끼‧임부용 담요)은 전기장만 70% 가까이 감소시켰을 뿐 자기장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었고, 나머지 4종(비치형 모형 및 콘센트 필터‧노트북 USB)은 전기장 및 자기장 모두 감소시키지 못했다.
임산부들은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다양한 전자파 차단 제품을 찾는다. 그중 임산부를 위한 전자파 차단 앞치마는 5만 원에서 15만 원까지 고가에 팔리고 있다. 고가에 팔리는 제품도 제 구실을 못한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원 임보배(2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임신한 친구에게 선물할 것들을 찾아보다가 전자파 담요가 있기에 가격을 보니 10만 원이 넘었다”며 “일반 담요보다 5배가 넘는 가격인데 전자파 차단 역할을 못한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과 국립전파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전자파 차단 제품의 표시·광고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를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전자파 노출을 줄이기 위해 어린이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고, 가전제품은 가급적 몸에서 거리를 유지한 채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