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오휘진 씨는 얼마 전 찜질방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여학생이 목욕탕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 사진이라도 찍힐까 불안했던 오 씨는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학생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찜질방 측에 이를 항의하자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면 뭐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마음이 불편해진 오 씨는 결국 목욕을 마치지 못한 채 자리를 떴다.
오 씨는 “무슨 의도로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왔지는 모르지만 목욕하는 내내 불안했다”며 “모두가 옷을 벗고 있는 곳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건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중목욕탕 내 휴대폰 사용 문제를 놓고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언제 몰래 카메라 촬영 대상이 돼 인터넷에 유포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워터파크 몰카’ 사건의 촬영자가 여성으로 밝혀지면서 ‘같은 여자끼리도 못 믿겠다’는 인식이 생긴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불안은 모든 옷을 탈의하는 목욕탕과 사우나에서 두드러진다.
회사원 김지영(32, 부산시 중구 영주동) 씨는 목욕탕에 가는 대신 집에서 목욕한다. 목욕탕 내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몰래 카메라 촬영에 대한 공포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마음 편하게 쉬려고 가는 목욕탕인데 휴대폰 들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불안해서 목욕을 못 하겠더라”며 “안 그래도 몰카 때문에 말이 많은데 굳이 탕 안에서까지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어나자 일부 목욕탕에서는 ‘핸드폰 사용 금지’ 문구를 부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목욕탕에서는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아 여성 손님들의 불안감이 불식되지 않고 있다.
목욕탕 내 휴대폰 사용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반응도 더러 있다. 혼자 목욕하러 가면 말벗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휴대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언제 급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휴대폰을 곁에 두지 못하는 게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다.
영업직으로 일하는 김모 씨는 “업무상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 목욕할 때도 휴대폰을 방수팩에 넣어서 가지고 들어가곤 한다. 실제로 목욕하다가 전화를 받고 뛰어나간 적도 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조금만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휴대폰을 가지고 입욕하는 행위 자체를 신고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해 유포하면 문제가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제 삼기가 힘들다”며 “사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신고 접수도 잘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에서 샤워하는 것도, 워터파크도 아니고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중목욕탕에까지 들고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