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하경식(29,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지난달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여자 친구 선물로 가방을 구매했다. 40만 원이란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으로 결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가방 끈에 문제가 생겼고, 여자 친구와 백화점 매장을 찾아 AS를 의뢰했다.
하지만 매장 직원은 “AS를 해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내놨다. 같은 회사 제품이지만 백화점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무상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 해당 직원은 “면세점에서 구매한 가방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 유료 수선 매장을 이용하라”고 말했다. 가방을 살 때 이 같은 안내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하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한 달도 안 돼서 가방에 문제가 생긴 것도 화가 나는데, 무상수리 보증 기간조차 없다니 어이가 없었다”며 “여자 친구가 짝퉁을 산 게 아니냐며 의심하는 통에 민망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면세점에서 구매한 명품들이 국내 매장에서 AS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고객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면세점을 이용한 국내 이용객 수는 지난 2013년 1,714만 명, 2014년 1,855만 명, 2015년에는 2,458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용객 수는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면세점 제품에 대한 사후 서비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동일 브랜드 제품이라도 대부분의 일반 매장에선 면세점 제품에 대해 무상 AS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고객들은 유상으로 사설 업체에서 수리를 할 수밖에 없다.
고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제품이 대부분 고가라는 점에서 항의는 더욱 잦다. 대개 브랜드 제품은 구매 후 1년까지 제품 하자에 대한 전액 무상 수리를 원칙으로 한다.
직장인 김지호(37, 부산시 해운대구) 씨도 이같은 경험이 있다. 김 씨는 "면세점에서 산 시계가 고장 나 백화점 내 매장을 찾아갔더니 AS가 안 된다고 했다. 제 값을 주고 산 게 아니라 무시하는 건지 기분이 굉장히 상했다"며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사긴 했지만, 매장에서 취급하는 동일 제품인데 왜 수리를 못 해준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매장 측에서는 유통 경로가 달라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들여오는 (수입하는)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무상 수리해 줄 수가 없다"며 "같은 제품이라 해도 다른 회사에서 수입한 것은 타사 제품이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면세점과 백화점에 입점해 운영하는 회사가 달라 동일 제품이라도 AS를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면세점에서 구매한 대부분의 제품 보증서가 이 같은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증서에는 “해당 매장에서 AS가 가능하다”고 명기되어 있지만, ‘해당 매장’이 어느 곳을 설명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면세점 무상 수리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되는 문제”라며 “소비자의 불편을 파악해 AS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