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전거 안장이나 손전등 만을 떼내어 훔쳐가는 ‘얌체’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전거 소유자들이 도난에 대비해 튼실한 자물쇠를 채우는 등 보안을 강화하자 절도범들이 자전거의 일부 부품을 분해해 쓸쩍 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에 거주하는 중학생 김승수(15) 군은 최근 자전거를 타고 시내로 나와 가로수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자물쇠를 채운뒤 학용품 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샀다. 잠시 볼일을 마친후 자전거를 세운 곳으로 돌아오니 자전거 안장이 없어져 있었다. “정말 황당했다. 안장 도둑이 기승을 부린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게 내게 일어날 줄은 몰랐다”고 김 군은 밝혔다. 김 군은 안장없는 자전거를 탈 수 없어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네이버에서 자전거 동호회 카페로 유명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게시판에서도 안장을 도둑 맞은 사람들이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많았다. 회원 아이디 wpdlatmqofl은 “학교에 주차해 놓은 자전거 안장을 훔쳐가서 속상했다”는 글을 올렸고, 아이디 hojun2190은 “일부러 CCTV 앞에 세워놨는데도 안장을 도둑 맞았다. 정말 허탈하다”고 적었다.
실제로 지하철이나 아파트 단지 자전거 보관소를 살펴보면 안장이 없는 자전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빅뉴스가 지난 3월 22일 부산시 북구 화명동에 있는 여러 아파트 단지를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한 보관소당 열 대 정도의 자전거에서 한두 대 정도의 자전거에 안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에 거주하는 대학생 홍민경(21) 씨는 “안장이 없어질까 불안해서 자전거를 아파트 보관소에 잘 세우지 않고 번거로워도 집으로 자전거를 들고 올라간다”고 말했다.
자전거 안장은 따로 잠금장치가 없기 때문에 도난당하기가 쉽다. 누구나 안장과 지지대(시트 포스트)를 고정시키는 부분만 풀면 안장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부산시 북구 금곡동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업자는 “최근 안장을 도둑맞아 안장만 따로 사러오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전거 손전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얌체 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 손전등은 대부분이 핸들에 달려있는데, 손전등과 핸들을 고정시키는 나사만 풀면 쉽게 분리된다. 위의 자전거 대리점 업자는 “안장이 없어지면서 손전등도 같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도대체 안장이나 손전등만 슬쩍하는 얌체 도둑은 누구일까?
동아닷컴의 2011년 7월 23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9년 2분기에 서울에서 발생한 자전거 절도 사건의 피의자 458명 중 78.8%인 361명이 19세 이하 청소년이며, 그 이유는 청소년이 자전거 절도 피의자일 경우 대부분 훈방 조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보도했다.
자전거 절도 사건의 피의자가 대부분 청소년이기 때문에 안장만 훔치는 얌체 도둑도 대부분 용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청소년일 가능성이 많다고 추정된다. 왜냐하면, 이렇게 도단당한 안장들이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 중고 사이트로 유명한 네이버 ‘중고나라’에서는 자전거 안장과 손전등이 따로 거래되고 있었다. 보통 10건의 게시물 중에서 한 두건의 게시물이 자전거 안장이나 손전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자전거 안장의 경우 최저 1만원에서 비싼 것은 10만원이 넘기도 했다. 또한 손전등도 마찬가지로 비싼 것은 10만원을 호가하였다.
자전거 대리점 업자들은 이런 자전거 얌체 도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전거를 보관할 때는 가능한 한 안장과 손전등을 따로 자전거로부터 분리해서 직접 보관하거나 자물쇠를 하나 더 구입해서 안장과 자전거 몸체를 함께 묶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또한, 자전거는 최대한 야외보다는 집안에 보관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고 한다. 야외에 보관할 때는 자전거 자물쇠를 하나 더 구입해서 안장과 자전거 몸체를 함께 묶는 것이 좋고, 자전거 자물쇠는 4관절 락, U자형 락, 고강도 체인 락 등이 일반 자물쇠보다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좋아 안전하다고 이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