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상 문 후보 한 살 연상...홍 후보 "실제론 동갑" 해명에도 네티즌 "나이 어리면서 황당" 비난 / 정인혜 기자
대선 후보 나이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4차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사이에서 벌어진 설전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가시돋친 질문을 던져 두 후보가 대립각을 세웠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노무현 대통령 가족이 뇌물로 640만 달러를 받았으면 재수사하고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게 아니기 때문이 뇌물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그게 뇌물이 되려면 적어도 노 대통령이 직접 받았거나 노 대통령의 뜻에 의해 받았어야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문 후보의 답변에도 두 사람의 논쟁이 끝나지 않고, 홍 후보가 재차 질문하자, 문 후보가 “이보세요. 제가 조사 때 입회한 변호사입니다”라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홍 후보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홍 후보가 문 후보에게 눈을 치켜뜨며 “말을 왜 그렇게 버릇없이 하느냐”며 “'이보세요'라니”하고 맞받아쳤다. 살벌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사회를 맡은 손석희 앵커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홍 후보의 '버릇없다'는 표현을 둘러싸고 두 후보의 정확한 나이에 대한 궁금증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증폭됐다. TV토론 이튿날인 26일 모든 포털사이트에는 ‘문재인 나이’, ‘홍준표 나이’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됐다.
두 후보의 나이를 알게 된 네티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가 홍 후보보다 한 살이 더 많았기 때문. 통상 ‘버릇없다’는 표현은 연장자가 어린 사람을 훈계할 때 쓰이기 때문에, 대다수 네티즌은 홍 후보가 문 후보보다 나이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 듯하다.
문 후보는 1953년 1월 24일생, 홍 후보는 1954년 12월 5일생이다. 태어난 해만 따지면 한 살 차이지만, 문 후보가 빠른 53년생으로 사실상 52년생과 학교를 같이 다녀 학년 상으로는 2년 선배가 되는 셈. 법조인 출신인 두 후보는 문 후보가 사법연수원 기수에서도 홍 후보에 2기 앞선다. 문 후보는 사법연수원 12기이며, 홍 후보는 14기다.
이에 홍 후보 측은 “나이를 문제 삼아 논쟁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과 관계가 없다”고 응수했다. 자유한국당 선대위 관계자는 “토론 예의를 먼저 어긴 사람은 문 후보”라며 “홍 후보는 호적상으로는 어리지만 실제로는 문 후보와 동갑”이라고 해명했다.
홍 후보 본인도 문 후보와 동갑이라고 밝혔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홍 후보는 지난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는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호적상으로는 내가 어리지만 실제로는 동갑”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권자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홍 후보의 ‘나이 논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지난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 경선 당시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이 나이가 어리다고 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홍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 장소를 대구 서문시장으로 선택한 것을 두고 김 의원이 비판하자, 이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김 의원의 나이를 언급한 것.
홍 후보는 “괜히 애들(김 의원을 지칭)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마라”며 “걔는 내 상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진태 의원은 “(홍 지사가 나에게) 애들, 걔라고 했는데 무슨 (애들은 가라고 하는) 뱀 장사하냐”며 “공당에서 대선 후보 티켓을 나이로 따느냐”고 항의한 바 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홍 후보를 질타하고 나섰다. 트위터리안 dama** 씨는 “홍준표가 노안이라 다들 속을 뻔했다”며 “연장자에게 버르장머리 없다니…돼지발정제 클라스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 jjig** 씨는 “손윗사람에게 버릇없다고 훈계질을 하다니...”라며 “보수 주자로서 홍 후보를 응원하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문 후보의 태도가 먼저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의견도 나왔다. 트위터리안 este** 씨는 “60세 넘어서 한 살 차이가 무슨 큰 의미가 있냐”며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토론에 나왔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데, 문재인 후보도 예의를 지킨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tjyi** 씨도 “홍준표야 원래 돼지발정제 때부터 알아봤지만, 문재인도 흥분해서 ‘이보세요’라고 받아치는 건 자질상 문제가 있다”며 “국민에게 예의가 없는 것”이라고 문 후보의 태도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