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방영된 드라마 <모래시계>가 대선 국면에 돌연 화제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본인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다.
홍 후보는 지난 2009년 자서전을 통해 본인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티브가 됐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슬롯머신 사건이 끝난 1993년 8월께 PD와 작가가 나를 찾아왔다”며 “처음에는 협조하기 어렵다고 반대했지만, 검찰에서 협조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사건 비화와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말했다.
이후 홍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내세워 강직한 이미지를 어필해왔다. 유세 현장에서 <모래시계> OST를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유세 동영상에 <모래시계> 영상을 삽입하려는 시도도 했다. 다만 이는 출연진 초상권 문제로 무산됐다.
하지만 <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 씨는 "홍 후보가 극 중 주인공인 강우석 검사의 모델 중 한명에 불과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송 작가는 지난 1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요즘 <모래시계>의 모델이 되었던 검사라고 주장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자 한다”며 “그분은 <모래시계>를 집필할 때 취재차 만났던 여러 검사 중 한 분일 뿐”이라고 말했다. 송 작가는 “당시 제가 만난 검사들이 대충 기억에도 열댓 분, 그분들이 들려준 이야기와 각각의 캐릭터를 조금씩 취합해 만든 것이 <모래시계>의 주인공 강우석 검사”라고 했다.
이에 홍 후보는 거세게 반박했다. 홍 후보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2년 동안 아무런 이의제기가 없다가 이번에 느닷없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캐스팅 과정에도 자신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내가 검사 역으로 추천한 탤런트 최재성 씨가 거절해 박상원 씨로 바뀌지 않았나”라며 “드라마 성공 직후 24부작 비디오 테이프를 건네주고 감사 인사를 했던 것도 다 잊으신 것 같다”고 반문했다.
송 작가가 그 당시 많은 검사와 만났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그 당시까지는 그런 검사가 (나를 제외하고) 전혀 없었다”며 “대선이다 보니 별 희한한 주장도 다 나온다. 은혜도 모르고...”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어 송 작가와 <모래시계>를 방영한 SBS를 겨냥해 “배은망덕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지역 로컬방송에 불과했던 SBS가 전국방송으로 일약 도약한 것은 그 드라마 때문이라는 것은 방송가의 공지의 사실”이라며 “검찰만 바람도 불기 전에 눕는 줄 알았는데 방송도 그렇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1995년 방영된 SBS 드라마 <모래시계>는 평균 시청률 46%,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하는 등 당대 최고의 드라마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개국 4년차인 신생 방송국 SBS를 전국적으로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