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가 문자 폭탄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해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행동”이라고 말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말 내내 문자를 한 1만 통쯤 받은 것 같다”며 “표현의 자유를 분명하게 넘어서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 내용을 보면 정말 웬만큼 기가 센 사람이 아니면 상처 받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계속 상처를 받게 되면 소신 있는 의정 활동을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 의원은 “(문자 폭탄을) 표현의 자유와 혼동해선 안 된다”며 “반복적이고 조직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언어 폭력, 비하, 협박을 해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거나 상대의 발언이나 생각을 억압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분명히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26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게 “개업식에 와서 웬만하면 물건을 팔아주고 싶은데, 물건이 너무 하자가 심해 도저히 팔아줄 수 없는 딜레마에 봉착해있다”고 말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국민들은 이 의원의 SNS와 휴대전화 등에 이른바 ‘댓글 폭탄’, ‘문자 폭탄’을 보내면서 이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자 있는 물건"에 비유한 것은 과한 언사라는 지적이다.
이후 이 의원이 ‘문자 메시지 전송자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논란이 폭발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지난 27일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회동하는지 알고 시간을 딱 맞춰서 문자 폭탄이 오는지 모르겠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해소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문자메시지 전송자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료 의원들도 이 의원의 발언에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지난 26일 트위터를 통해 “국회의원들은 선거철이 오면 원하지 않는 문자폭탄을 무차별적으로 보내는데, 국민들은 국회의원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면 안 되냐”며 “세상이 바뀌었다. 적응들 하시길”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자 폭탄을 받을 때가 ‘정치 전성기’라며 이 의원을 위로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처음에 좀 성가시긴 하지만 며칠 지나면 적응되더라”며 “하루에 만 개도 넘는 문자 폭탄을 받을 때가 정치 전성기였다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욕설을 넘어 살해 협박 문자나 음성 메시지도 있었지만, 실제로 테러 시도는 없었으니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며 “그래도 테러 협박하시는 분들을 고소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에게 주시는 국민의 문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표 의원은 “국민의 연락 행위는 당연한 주권자의 권리”라며 “정치인들 스스로 연락 달라고 명함 뿌리고 연락처를 공개해 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과 언론, 방송이 문자 보내는 국민을 나무라고 가르치려 하고 그 배후를 캐겠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며 “모처럼 활발해진 국민의 정치 참여 욕구와 표현에 다소 불편하고 낯설고 기분 나쁜 부분이 있더라도 수용하고 적응하려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불쾌한 내색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국민들을 ‘일부 세력’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사고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국민의 권리를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수천만 국민들의 의견을 특정 세력으로 몰아가는 게 말이 되냐”며 “천박한 언행부터 고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변화된 유권자의 행동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며 “국민의 목소리가 거슬리면 정치를 그만둬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문자 폭탄과 관련 당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사회가 전체적으로 성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우리 당에서도 의견을 모아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