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청부 입법', '부인 대작 의혹', '작품 강매 의혹' 등을 이틀째 추궁... 29일 인준안 투표 / 정혜리 기자
25일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이틀로 마무리지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도 청부 입법 의혹, 이 후보자 부인의 그림 강매와 대작 의혹을 제기하는 등 첫날보다 한층 거센 공세를 펼쳤다.
먼저 이 후보자가 대한노인회 세제 해택 법안을 내고 노인회 간부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은 게 아니냐는 추궁이 이어졌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이런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를 거론하자, 이 후보자는 노인회 간부 나모 씨가 고향의 초등학교와 고교 후배라며 “2000년 국회의원 첫 당선 때부터 매달 10만 원씩 후원해 온 정기후원자 중 한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혹이 후원금의 연 500만 원 증액 사유를 거듭해서 묻자, 이 후보자는 어두운 표정으로 “제 인생이 깡그리 짓밟히는 것 같은 참담한 느낌”이라며 “국회의원 하면서 장사를 했겠나”라고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화가인 이 후보자 부인 개인전에서 작품을 산 공기관이 전남개발공사 외에도 더 있다며 “총 5점을 팔았다고 했는데 나머지 기관에서 3점을 샀다고 했지만 어느 기관인지 밝히지 않았다. 3점 더 팔린 것은 부인 소득신고에 추가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이에 “잘 몰랐다, 부끄럽다”고 답했다. “5개 중 도 산하 기관이 아닌 것도 포함된 걸로 안다”면서도 “3개 기관에 대해서도 못 밝힐 것은 없다”고 답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윤주식 전남개발공사 기획관리실장은 “후보자 부인이나 후보자에게 직접 매입 요청은 못 받았다. 공사 사장의 구매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공사 사장의 지시로 그림을 구매했는데 지시했던 사장이 감사 진행 이후 연임되거나 한 건 아니지 않느냐”며 “그러면 그림을 구매한 것이 효과를 못 본 것 아니냐”고 이 후보자를 엄호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화가인 이 후보자 부인이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을 때 전남도지사인 이 후보자의 지위가 작품 판매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의도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정 의원이 조영남 사건을 예로 들며 “중견 작가 가필과 대작으로 이뤄져 작품성이 떨어지고 작품이 양산됐다는 제보가 있다”고 말하자, 이 후보자는 “대단히 심각한 모욕이고 턱도 없는 모함”이라고 일축했다. 이 후보자가 대작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자, 민주당 이철희 의원도 “정치 공세하고 인격 모독하면 청문회 본래 취지와 다르지 않느냐”고 이 후보자를 두둔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사드와 FTA에 관한 이 후보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질문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중국 사드 보복에 관련해 “중국과 늦어도 8월까지 정상회담을 1번, 많으면 2번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회를 잘 살려 실무 차원에서 타결안이랄까 하는 게 좀 다듬어져서 정상회담 때 결실을 봤으면 한다”고도 말했다.
FTA에 관해서는 “한국의 협상력이 미국보다 형편 없이 약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후보자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진의를 모르겠다”면서도 "재협상 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 분야는 지금부터 충분한 대비를, 경우에 따라 시뮬레이션 대비까지 갖췄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어제, 오늘 청문회는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아픈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는 제 불완전한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라며 “국가가 위중한 시기에 국무총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운 수업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전체 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 심사경과 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한다. 보고서가 무난히 채택되면, 오는 29일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안 통과가 결정된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31일 본회의로 최종 결정이 넘겨진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내부적으로 부적격 판단을 내린 상태이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반대 입장을 내놓지는 않아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무리 없이 가결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