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건널목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그림자 조명 때문에 오히려 시민들이 밤길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지난 1월부터 부산시가 교통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그림자 조명 활용 교통 문화 홍보 캠페인’을 실시해 횡단보도와 인접한 가로등에 그림자 조명을 설치했다. 그림자 조명은 가로등의 특수 필터를 이용해서 횡단보도에 "잠깐, 좌우를 확인하고 건너세요", "나는 교통질서를 지키겠습니다", "안전한 횡단보도 보행 서다 보다 걷다", "무단횡단 금지 교통사고 빈번 지역’ 4개 문구를 비춘다.
현재 부산시에 그림자 조명은 약 145개가 설치돼 있으며 다음주 쯤에 15개가 추가 설치돼 총 160개의 그림자 조명이 운영된다. 그림자 조명은 가로등이 켜짐과 동시에 운영된다. 거리가 어두워지면, 그림자 조명이 횡단보도를 비추게 되는데, 그림자 조명 때문에 놀라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는 움직이는 조명에 놀라 넘어지는 시민도 있다.
횡단보도를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김혜주(34, 부산시 동구) 씨는 갑자기 움직이는 조명에 깜짝 놀랐다. 김 씨는 “횡단보도 앞에 갑자기 뭐가 휙 지나가서 놀랐다”며 “나중에서야 그림자 조명인 걸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최진환(44, 부산시 동구) 씨는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며 “며칠 전에는 조명 때문에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가 페이스북에 올린 그림자 조명 영상에도 그림자 조명 때문에 놀랐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려있다. 해당 영상에는 부산진구 좌천동 일신기독병원 앞에 설치된 그림자 조명을 촬영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댓글에는 “저거 움직이는 줄 모르고 있다가 놀랐다”, “이거 때문에 나 맨날 놀란다”, “밤에 보고 헛것을 보는 줄 알고 놀랐다”, “지나갈 때 마다 놀라게 된다. 적응이 안된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일각에서는 조명 때문에 사고 발생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조명이 인도가 아닌 횡단보도를 비추기 때문에 아이들의 경우 신기해서 밟으려고 인도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차은후(27, 부산시 사상구) 씨는 “알록달록한 조명이 신기해서 밟으려고 횡단보도로 나가는 어린이를 본 적이 있다”며 “보호자가 없었더라면 자칫 사고라도 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그림자 조명에 대해 칭찬하는 의견은 있어도 문제가 된다는 식의 민원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조명이 4개가 돌아가는 것은 시민들의 시선을 유도해서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그림자 조명 때문에 교통사고가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조명으로 인한 사고 등을 고려해서 일부러 횡단보도 첫 번째 라인 오른쪽에 설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