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망미1동, 골목길에 특수 조명등으로 위로 문구 투영...주민들, "얼어붙은 마음 녹여준다" / 손은주 기자
밤이 찾아온 부산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길. 가로등 불빛에도 가시지 않은 어둠은 행인들의 몸을 움츠리게 하고, 발걸음을 빨리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어두운 밤길을 거닐던 행인들이 무언가를 보고 갑자기 발길을 멈칫한다. 발걸음이 멈춘 그 자리 길바닥엔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행인의 마음을 녹여주는 위로의 글씨가 적혀 있다. “오늘도 힘들었지? 네게 힘을 줄게, 힘!”
부산시 수영구 망미1동에는 밤길 길바닥에 희망의 글씨를 비춰주는 이색 조명등인 일명 ‘위로 가로등’이 있다. 이는 망미1동 ‘희망 빛의 거리’ 조성 사업의 하나로 설치된 것. 이 같은 가로등은 장애인 특수학교인 배화학교를 시작으로 수미초등학교, 덕문여자고등학교 앞 골목에 총 3개가 설치돼 있다. 이 중 하나는 동 홍보용으로 쓰이고 있고, 나머지 두 개는 ‘위로 글귀’를 새기고 있다.
‘
지난해 12월 23일 설치된 이후, 등장한 글귀는 “오늘도 힘들었지? 네게 힘을 줄게, 힘!” “오늘도 역시나 당신은 누군가의 사랑입니다” 등이다. 희망적인 문구들은 마치 페인트로 그린 것처럼 도로 바닥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이는 가로등 바로 아래 설치된 조명등이 연극 공연 조명처럼 아스팔트 바닥을 비추기 때문. 이렇게 도로 바닥에 메시지를 나타나게 비추는 조명등은 매일 일몰 이후 가로등이 켜지는 시각과 동시에 가동된다.
위로 조명등이 전국 최초로 사용된 곳은 자살자가 많은 서울 마포대교다. 마포대교 인도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동작이 이상하면, 센서가 작동하면서 “밥은 먹었어?”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등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다리 난간에 자동으로 비춰진다. 이는 자살 예방 캠페인인 ‘사랑의 다리’ 공익광고의 일환으로 시도됐다.
그러나 조명등을 활용해 위로의 메시지를 길바닥에 비추는 것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영구 망미 1동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옥승준(21, 부산 수영구 망미1동) 씨는 “가끔 초등학교 운동장에 운동하러 나오는데, 지나가다가 길바닥에 비추이는 이런 글귀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조명등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고등학생과 교내 운동장을 사용하는 주민들의 야간 통행로를 밝혀주는 동시에 희망 메시지까지 전달해 1석2조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망미1동 행정복지센터 담당자 강두리 씨는 “희망과 용기를 잃어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위안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 희망적인 내용을 메시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희망 메시지가 시행된 후 반응이 좋다”며 “지나가다 글귀를 본 주민들이 너무 좋다고 센터로 직접 전화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명등을 활용한 위로 가로등의 글귀는 아직은 다양하지 않다. 주민센터는 올해 예산이 더 확보되면 사업을 더 활성화할 계획이다. 현재 3 개뿐인 조명등 개수를 늘리고 글귀도 계절 별, 주기 별로 다양하게 제작해 운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