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낙태)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임신 중단 합법화를 주장하는 여성 모임 ‘비웨이브(BWAVE)’는 지난 25일 홍대입구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자신의 몸을 희생해 임신, 출산, 양육의 부담을 전적으로 짊어지는 여성을 무시하고 태아를 국가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대하는 것은 생명 존중이 아니라 여성 인권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우리의 죽은 결정권과 인권을 추모하며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고자 한다”며 “여성은 출산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서 이들은 ▲임신중절 전면 합법화, ▲잘못된 낙태 교육 중지, ▲미혼모 임신에 대한 생부의 연대 책임 강화 등을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임신중절과 관련한 법안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현행 형법상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낙태 수술을 한 의사는 처벌을 받는다. 이 같은 근거는 형법 제269조 1항, 2항과 제270조 1항에 규정돼 있다.
형법 제269조 제1항은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형법 제269조 제2항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제270조 제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웨이브는 “여성들이 더 이상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국가가 더 이상 여성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낙태 법안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 해 10월부터 임신중절 합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온 비웨이브는 이날 시위에선 ‘새 정부에 바란다’는 부제를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선 만큼 여성들의 현실적인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낙태죄 폐지는 수많은 여성들의 삶과 건강, 그리고 생명과 관련된 문제”라며 “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당선된 이상 여성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에 등장한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임신 중단 합법화할 때까지 섹스 중단,’ ‘내 몸은 나의 것,’ ‘섹스 중단 남자끼리 애 낳아’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마이 바디 마이 초이스(My Body My Choice),”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우리는 섹스를 중단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다. 찬성하는 측 입장에 선 한 여성은 “내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온전히 나에게 있는 것인데, 왜 국가에서 이를 불법이라고 처벌을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처벌하고 싶으면 남자도 같이 처벌해라. 여성 차별 법안은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반대 측 입장에 선 한 남성은 “낙태를 합법화한다는 것은 살인을 합법화한다는 것”이라며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는 만큼 절대 합법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이날 시위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말도 안 되는 낙태법에 대해 이제라도 여성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너무 반갑고 멋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고 시위대 측을 응원했다.
반면 이날 시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다. 시위에 등장한 문구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네티즌은 “합법화될 때까지 섹스 중지라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며 “대단한 투사 나셨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누가 보면 섹스를 정부가 시켜서 하는 줄 알겠다”며 “낙태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니들이 별짓 다 해봐라 내가 애 낳나’등의 구호는 지나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자들이 왜 떠들고들 지랄이셔?
낙태 반대면 콘돔이나 잘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