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국민의당 지도부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해왔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이라며 검찰에 날을 세웠다. 손 대변인은 이날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해 이유미 씨와의 공모 여부 수사를 위해 네 번의 조사와 대질 신문을 하고도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검찰이 주말 사이에 돌연 사전 구속영장 청구라는 강수를 둔 것"이라며 "검찰이 박근혜 정권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정치 검찰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여권에 의한 '탄압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추 대표는 지난 7일 충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설령 조작된 것이라 하더라도 공중으로 유포될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치명적이라는 걸 용인하고 국민의당 시스템이 전격적으로 풀가동돼 유통시킨 것이다. 형사법적으로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고 법적 책임을 명시한 바 있다. 추 대표는 판사 출신이다.
추 대표의 발언 이후,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던 국민의당은 이날 당사에 걸려 있던 현수막까지 내리고 '협치 종료'를 선언했다. 국민의당 여의도 당사에는 '국정은 협치, 국민의당은 혁신'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여당 대표가 사실상 검찰총장의 역할을 한 것"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더는 협치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여당과의 협치는 끝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이 이렇듯 당황하는 것은 검찰의 칼날이 지도부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향후 법원이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영장을 발부하면, 국민의당 지도부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이 이 사건으로 입건한 피의자는 국민의당 이 전 최고위원, 당원 이 씨, 이 씨의 남동생, 김성호 전 의원과 김인원 변호사까지 총 5명이다. 이 중 김 전 의원과 김 변호사를 제외한 3명은 모두 검찰에 구속되거나 구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국민의당 윗선 수사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국민의당은 벌써부터 내홍을 겪고 있다. 당 해체론도 불거진 바 있다. 앞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직적 범행이라면 당을 해체해야 한다"며 "제가 앞장서서라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당 김정화 비상대책위원은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무책임한 발언이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수습에 나선 바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이 제보 조작을 시인하는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연 이후 안 전 대표는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 전 대표의 입장은 지난 3일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진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안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을 대단히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검찰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철저하게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안 전 대표는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국민의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네티즌들은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과 다를 게 뭐냐", "국민의당 뻔뻔하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