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삿포로 시장에 당선된 우에다 후미오(上田文雄)는 2007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삿포로에도 새로운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른 선진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당시의 삿포로 역시 인구 감소가 가장 큰 화두였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도쿄로 떠나고 있었고, 도시는 점점 고령화되기 시작했다. 도시의 기반 산업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고, 1972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며 도시 인프라와 관광 도시로서의 기반을 잘 구축해왔지만 관광산업만으로는 삿포로의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었다.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도 유치하고, 산업구조도 개편하는 등 도시 경제의 체질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었다. 우에다 시장은 이러한 삿포로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혁신적인 도시 전략 수립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된 도시 전략안의 구체적인 골격이 한창 만들어지고 있던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당시 쓰나미가 밀어닥쳐 순식간에 도시를 집어삼키던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로 방영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과 경악을 금치 못했고, 일본인들은 망연자실했다.
2011년 7월, 삿포로 시민 1000명이 모여 대지진 이후 삿포로의 미래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시민들의 생각과 의견이 삿포로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관광 도시라는 단순하고 정형화된 이미지로 밀고나가던 도시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쓴 소리가 쏟아지기도 했고, 경제 성장 시대에 형성된 물질과 인구의 양적인 증대만을 목표로 삼았던 도시 전략을 재검토하자는 주장에도 많은 시민들이 공감을 표했다. 삿포로는 사람이 살기에 무수히 많은 장점을 가진 도시지만 그동안 간과해 왔던 부분을 재발견해 새로운 도시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시민들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질문을 남기며 마무리되었다.
도시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홋카이도를 위해, 일본을 위해, 그리고 세계를 위해
삿포로는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까?
어떤 가치를 제안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삿포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좋을까?
2011년의 지진 재해와 그에 따른 원폭 사고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삿포로 시민들의 도시에 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에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고, 도시의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무엇이 가장 행복한 삶인지를 새롭게 발견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민들이 남긴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삿포로 시는 진행 중이던 도시 전략 수립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