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때마다 대학생들이 나에게 묻는 1순위 질문은 “여름방학 때 무엇을 할 거냐”는 것이다. 과거 내 대답은 주로 외국 여행이었다. 동남아 배낭여행, 유럽 여행, 또는 캐나다 고향 방문 등등. 학생들은 여행 경비부터 여행 계획 세우는 방법까지 내 여행에 대해 자세히 묻는 등 호기심이 넘쳤고, 나는 학생들과 내 여행 경험과 노하우를 그렇게 공유하는 게 좋았다. 학생들은 내가 한국에 산 6년 동안 단 한 번의 여름도 한국에서 보낸 적 없이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점에 놀라워했다. 학기와 학기 사이의 방학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그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하고, 또 모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휴가란 여행과 발견의 최적 기회이며, 휴가야말로 나의 해외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임을 여름휴가를 보내면 보낼수록 더욱더 강하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나도 내 학생들에게 여름 방학을 어떻게 보낼 거냐고 물으면, 그들의 대답은 대부분 “공부하겠다”는 것이고, 나머지는 “취업 준비하겠다”는 것이었다. 극소수의 학생들만이 여행하거나 알바하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부모나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항상 성적이 좋아야 한다고 주문하니까 학생들이 비록 방학이라도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나는 방중에 공부하는 게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만난 한국 학생들은 방중에 공부하는 것을 아주 정상적이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대학에 오기 전에 1년간 중학생을 가르쳤는데, 한국 청소년들도 역시 내가 방학 계획을 물었을 때 똑같이 공부해야 하거나 영어 캠프에 참가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한국에 대해서 끊임없이 내 뇌리에 자리 잡은 질문 하나는 “만약 한국 학생들이 학기 중과 동시에 방학 때도 공부한다면, 그들은 도대체 언제 실제로 쉴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한국과 캐나다 학생들 사이에 ‘방학’의 의미가 완벽하게 다르다. 먼저, 방학 기간이 다르다. 캐나다 대학생들은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이 여름방학이다. 한국 대학생들의 여름방학은 7월과 8월로 캐나다의 반이다. 캐나다 대학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세상 경험을 얻기 위해 여행을 하거나 실무를 익히기 위해 인턴 일을 한다. 섬머스쿨을 듣거나 공부하는 캐나다 학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고등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캐나다 고등학생들의 여름방학은 두 달로 한 달에 불과한 한국보다 길며, 캐나다 고등학생들은 알바를 하거나 여행을 다닌다. 방학을 보내고 있는 양상에 나타나는 두 나라의 차이가 곧 두 나라 문화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과 너무나 다른 캐나다 방학 생활을 한국 학생들에게 소개하면, 한국 학생들은 매우 놀라면서 강한 호기심을 갖는다. 한국 학생들은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여행 경험에 대해 묻기도 한다. 나는 여행이 내 인생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말해주면서 한국 학생들도 새로운 것을 찾고 탐구하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다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창 시절 여름방학 중 내가 한 일은 여행이 외에도 많다. 여름방학은 학생들의 정체성, 성격, 현장적응력 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생 경험을 만드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업은 세상을 사는 데 중요하고 유용한 기술이긴 하지만, 인생 경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은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경험하기’보다는 ‘준비하기(취업 준비, 즉 공부)’에 집중하는 것 같다. 현실 세계에서 공부 등 취업준비는 추상적인 것이며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무미건조한 반복적 행위에 불과하다. 반면에 실무에 뛰어 들고 여행을 다니는 행위는 학생들의 미래 자산이 되고 실제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확고하고 구체적인 인생 경험이 된다.
작년 여름 내가 읽은 코리아 헤럴드 지의 기사 하나(//goo.gl/UAYvAy)는 한국의 이런 유명무실한 여름방학 현실을 요약해서 지적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한국 고등학생 응답자의 77%는 여름방학 동안 실내에서 공부하며 보낸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응답자의 74%는 학원이나 도서관 등에서 여름방학 시간 대부분을 보낸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 응답자의 42%는 방학 중에도 하루 8시간 이상을 공부하며, 6-8시간미만을 공부한다는 응답자는 33%, 4-6시간미만을 공부한다는 응답자는 15%, 그리고 4시간미만을 공부한다는 응답자는 10%였다, 이 수치는 여름방학 동안 공부만 한다는 게 요즘 한국 고등학생들의 일상사임을 놀랍고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수년 간 나와 대화를 나눈 대학생들 역시 고등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오로지 여름방학을 주로 공부하면서 보내고 있다.
좀더 이런 현상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자. 여름방학 때 학원이나 도서관에서 허구한 날 공부만 하는 중고등학생들은 여러 이유에서 문제가 많다. 먼저, 신선한 실외 공기를 놔두고 하루 종일 실내에서 앉아 있는 청소년들의 육체적 활동이 적다는 문제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공부하는 시간만큼 청소년들은 사회성과 사회적 관계를 북돋을 친구들과의 사교 활동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하루 8시간 이상 과도하게 교과서만 붙들고 공부한다면, 도대체 그들이 가진 정보와 지식은 실제로 어디에 써먹을 수 있단 말인가?
여름방학 때 공부해야겠다는 고등학생들의 학습 동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궁금하기 짝이 없다. 아마도 그것은 과도하게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 상황과 그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수능 고득점을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왔다는 게 명백한 대답이 아닐까? 그리고 여름방학에도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주로 비싼 영어 캠프 같은 사교육 산업에서 오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여름 영어 캠프에 참여하려는 초중고등학생들은 영어 캠프의 효용성을 과신하고 들으면 곧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며, 그 믿음은 영어 고득점을 원하는 다른 학생들에게 퍼져 나간다. 그런데 최근 한국 교육부는 여름 영어 캠프의 수업료를 제한하기로 했으며, 이런 조치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되었다. 6월경 중앙일보의 한 기사(//goo.gl/N7CBq9)는 2018년 1월부터 영어 캠프 수업료가 제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한 영어 캠프는 3주 코스에 학생 1인당 수업료로 3500달러(약 350만 원)를 받았는데, 교육부의 새 조치가 발효되면 수업료는 분명히 다운될 것이다. 그러면 사설 영어 캠프들은 학생들 수업료로부터 큰 이윤을 남길 수 없기 때문에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프로그램을 접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추후에 영어 캠프를 둘러싼 과도한 경쟁과 고가 수업료가 완화되겠지만, 여기서 필요한 것은 한국 학생들에게 부과된 스트레스를 줄이고 여름방학 때 공부 이외에 다른 일도 해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여름방학 때 과외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는 자원봉사다. 최근 중앙일보의 기사(//goo.gl/YaRsBP)는 한국 청소년들은 다른 연령대보다도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한국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소개했으며, 그들이 최근 여름방학 중에 공부하기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조직이나 자선단체에 현신했음을 알리고 있다. 다른 한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한국인의 64%는 일생 중 적어도 1회 이상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자원봉사 활동은 팀워크, 공감력, 이타심과 같이 청소년들에게 귀중한 기술과 인성을 갖추게 하며, 동시에 그들이 사회에 헌신할 수 있다는 긍정적 태도를 형성시킨다. 이것이야말로 청소년들로 하여금 여름방학을 유용하게 보내게 하고 한국 사회에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이다. 내 관점은 공부가 나쁘다거나 사회봉사 활동보다 못하다는 게 아니다. 나는 한국 학생들에게 방학 중에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봉사활동 같은 대안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다양한 옵션을 통해서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새로운 상황에 도전하며, 무엇보다도 여름방학 동안 공부로부터 한시름이라도 진정하게 떨어져서 보내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이상은 다음의 영어 원문을 번역한 것임:
The Meaning of Summer Vacation
Every summer, the most popular question my students ask me is: “What will you do during summer vacation?” In the past, I’ve told them of my travel plans abroad; backpacking through Southeast Asia, exploring Europe or returning home to Canada for a visit. They’ve asked many questions about my travels, from costs to accommodations to planning and I’m happy to share my stories and advice with them. Through our conversations, students are always shocked to hear that I haven’t spent a summer in Korea in the 6 years that I’ve lived here. Clearly, vacation time between semesters is an important period for me, one in which I can relax and unwind or go on an adventure. The more vacations I’ve had, the more I realize that it is a time for travel and discovery, and those two things have been a very important part of my life aboard so far.
What’s interesting, however, is when I return the question and ask what my students have planned during their summer break from school. The majority of students answer by saying, “I will study” while the rest usually say, “I will prepare to find a job”. Only a few students tell me that they will travel or work during the holidays. It seems that parents and teachers place high academic expectations on students so that they continue to study when they have vacation time. While studying during vacation seems strange to me, many Korean students I’ve talked to have accepted it as normal and expected. Even when I was a middle school teacher in Korea, young teenagers would give me similar responses when I asked them about their holidays, explaining that they spend their summers studying or attending English language camps. A question I keep asking myself is, “if students are studying during the semester AND vacation time, when can they actually take a break?”
These conversations remind me that there are very different definitions of ‘vacation’ for students in Korea and in Canada. First of all, the amount of time off for summer vacation is different from country to country. University students in Canada get 4 months of summer vacation (from May to August), while Korean students get half of that vacation time, with only 2 months off in July and August. For Canadian university students, summers vacation means working part-time jobs to gain practical skills or travelling to get worldly experience. Only very rarely will a Canadian student spend their time studying or taking extra classes during the break. This is similar for high school students as well, where summer vacation time is longer in Canada (2 months, compared to 1 month in Korea) and most students work part-time jobs rather than study. These things are all part of the cultural differences between Canada and Korea that create distinct ideas of vacation for students in each country.
When I explain these differences to Korean students, they are often surprised and curious. Some students ask if they should travel too and what my experience was like. I always encourage those students to go out, explore and see new things, while telling them of the positive effects that travelling has had on my own life. But it isn’t just travelling that is the most important part of vacation for me because summer is also a time meant for creating life experiences – moments and events that will help shape to your identity, character and skillset. While studying is important and fosters useful skills, I do not consider it to be a memorable life experience. It seems the Korean idea about vacation is focused on ‘preparing’, rather than ‘experiencing’. The reality is that studying and preparing for jobs are vague and repetitive actions that don’t always guarantee success. My belief is that work and travel during vacation time are more concrete life experiences that students can build upon and learn from.
A Korea Herald newspaper article I remember reading last summer sums up the situation in Korea concisely (//goo.gl/UAYvAy): according to a survey, most Korean high school students (77%) spend their summer studying indoors. 74% of the survey respondents said they spend that time at a study center or library. 42% said they study for more than 8 hours a day, 33% said 6 to 8 hours, 15% said 4 to 6 hours and 10% said they study for less than 4 hours. These numbers are astounding and highlight just how pervasive studying is for students during vacation time. Judging from my conversations with my own students over the years, university students have a similar experience and also seem to spend much of their vacation time studying.
When I think critically about this situation, I realize that a young person spending summer vacation in a library or academy is problematic for several reasons. The first being that it can lead to low physical activity among teenagers, considering they are sitting inside and studying for most of the day instead of enjoying the weather outside. Second is that dedicating so much time to study takes away from time being spent on other teenage things, like socializing among friends or playing games, where they can strengthen relationships and social skills. Lastly, I believe there is such a thing as ‘over-studying’ and after 8 hours of study a day, I begin to wonder, how much information and knowledge is actually being retained by students?
Another question I’ve been considering is: where does this motivation to study during summer vacation come from? The obvious answer points to Korea’s competitive education system and intense preparations for the suneung. However, I think much of the pressure among students for summer studying comes from the private education industry, especially costly foreign language camps. For example, if students are participating in a summer English camp, they believe they are gaining an advantage and jumping ahead academically, which spreads to other students who also want to have that perceived advantage. However, it will be interesting to see what happens in the near future, when the Korean Education Ministry limits the profits of foreign language camps. According to a Joongang Daily newspaper article from June, pricing controls on tuition fees for these camps will be in place by January 1, 2018 (//goo.gl/N7CBq9). Currently, some of these private language camps can cost families up to $3,500 for three weeks for one student, but these costs will drop drastically when the new rules come into effect. Foreign language camps are predicted to downsize or fold because they will no longer be able to make big profits from student tuition. Once the competitiveness and high prices for these camps decrease, pressure should be eased among students and perhaps other options during summer vacation will be available for students.
One such option currently available is for Korean students to volunteer during their summer vacation. A recent article in the Joongang Daily newspaper explains that Korean teenagers are the most active volunteers among other demographics (//goo.gl/YaRsBP). The article details various volunteer efforts by Korean students and how rather than study during summer vacation, they are dedicating their time to charities and organizations that help people in need. According to a survey, 64% of Koreans over 15 years old have volunteered at least once in their lives. Volunteering builds skills and characteristics among young people, such as teamwork, empathy, and selflessness, and allows them to make a positive contribution to society. In my opinion, this is a more meaningful way for students to use their summer vacation time and have an impact on their community. My point is not that volunteering is better than studying or that studying is bad, but rather that it’s important to provide other options so that students can decide for themselves. I believe that alternatives like volunteering are valuable because they allow students to try something different, challenge themselves in new situations, and to truly take a break from academia for the summer va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