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성 소수자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특별 결의문을 두고 여론이 찬반 양론으로 갈려 대치하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2일 학교에서 성 소수자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특별 결의문을 발표했다. 개인의 신체적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폐쇄적인 현재 성교육에서 탈피해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담는 성 평등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
결의문을 통해 전교조 측은 “성 평등·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연구, 수업, 정책 제안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이를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교조는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안에 학생들을 가둬놓을 수는 없다”며 “학생들이 현재의 여성,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갖도록 교육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론은 찬반 양론으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찬성하는 의견도 있는 반면, 극렬하게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찬성 진영에 선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성 소수자 문제를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음지에서 잘못된 정보로 편견을 갖는 것보다 학교 일선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성 소수자 단체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윤모(27) 씨는 “초등학생들도 동성애를 아는 마당에 무조건 쉬쉬하고 숨기는 게 능사는 아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한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교육은 꼭 필요하다”며 “전교조에서 주장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편견을 갖지 않도록 교육한다는 것이지, 동성애를 하라고 부추긴다는 게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직장인 이지나(30) 씨도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한다. 이 씨는 “사회 전체가 나서서 성 소수자를 외면하고 배타적으로 대하는 현재 한국의 분위기는 아주 잘못됐다”며 “어릴 때부터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진영에 선 사람들은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격렬하게 반대한다. 이 같은 주장은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보는 가치관에서 기인한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연지(40, 부산시 남구) 씨는 “남녀가 평등하게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면 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페미니즘, 동성애를 학교에서 가르치겠다는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인권을 앞세워 아이들의 정상적인 성 관념을 망가뜨리는 게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 장지훈(42, 경남 창원시) 씨는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백분 공감하지만, 동성애 교육은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성 소수자 교육은) 다양성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보다 미성숙한 아이들의 가치관을 혼란에 빠뜨리는 등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교육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 규정상 학교 성교육 시간에 성 소수자 교육을 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교육부의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따르면, 학교 성교육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을 다뤄선 안 된다. 그러나 성교육 이외 수업에 대한 규정은 없다. 최근 퀴어 축제 영상을 수업 시간에 상영해 논란이 일었던 위례초등학교 모 교사도 성교육 시간이 아닌 영어 수업 시간에 성 소수자 교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찬반을 떠나 성 소수자 교육 자체가 공식 교육 과정에 포함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초등학교 교사 신모(26, 부산시 남구) 씨는 “논란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공식 교육 과정에 포함되는 것에는 다들 회의적인 분위기”라며 “교사 개인의 가치관이 스며들 소지가 다분한 만큼 교육부에서도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