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만남 78%가 채팅 앱 사용, 마약 거래도 극성...정부, 대책 없이 뒷짐만 / 김예지 기자
스마트폰의 채팅 앱이 성매매와 마약 판매 등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단속이 시급하다. 성별과 나이만 올리면 별도의 신원 확인 없이 바로 채팅 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청소년들이 범죄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
'조건 만남'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10명 중 7명이 이같은 채팅 앱을 통해 성매매에 나선 것으로 조사돼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SBS에 따르면, 지난 5월 여가부의 '2016 성매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건 만남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37.4%는 채팅 앱, 23.4%는 랜덤 채팅 앱으로 상대를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채팅 사이트(14.0%) 이용자까지 합하면 조사 대상 청소년의 74.8%가 온라인으로 조건 만남을 한 것.
지난해 가출 청소년 A(19) 양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성인 남성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채팅 앱을 통해 서로 알게 된 이들은 지낼 곳이 없는 A 양에게 자신의 자취방에서 얼마간 지낼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하거나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대가로 성매매를 했다.
여가부 같은 조사에서, 성매매·가출 등 위기를 경험한 청소년 173명 중 29.0%의 청소년이 '갈 곳이나 잘 곳이 없어서' 조건 만남을 했다고 답했다. 주거지가 없어 돈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금전을 제공하거나, '모텔에서 쉴 수 있게 해주겠다', '방을 구해주겠다'며 조건 만남을 제안하는 이들을 해당 앱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채팅 앱을 통한 마약거래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 역시 채팅 앱을 이용했다. 남 씨는 지난 15일 채팅 앱에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 '얼음'을 갖고 있다며, "화끈하게 같이 즐길 여성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또한, 실제 필로폰 투약 과정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도 채팅방에 올렸다. 남 씨는 이 과정에서 일반 여성으로 위장 수사 중이던 경찰관과 접촉하려다 덜미를 잡혔다.
TV 조선에 따르면, 채팅 앱은 국내에만 130여 개 업체가 운영 중이고, 회원 수는 330만 명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채팅 앱이 존재하는 만큼, 성매매와 마약을 비롯한 사기, 성폭행, 협박 등 다양한 범죄의 증가로 채팅 앱 피해 사례 역시 잇따르고 있다.
조건 만남으로 성매매를 한 청소년들은 적은 돈을 받거나, 콘돔 사용 거부, 임신이나 성병 등의 피해를 당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피해 청소년은 성매매 경험자 중 65.4%였고, 그중 48.6%는 피해를 당해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피해를 사전에 막을 대비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남 씨의 사례처럼 경찰들이 위장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아동·청소년 성매매는 이미 채팅 앱을 넘어 개인 방송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는데 정부는 대안이나 규제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모든 탓은 아이들에게로 돌아가 최악의 인권 착취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21, 부산시 수영구) 씨는 "실제로 앱을 통해 만나는 사람을 봤는데, 그 앱 자체가 그런 용도로 이용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성매매나 마약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에 계속 악용되고 있고, 앱 회사 측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데, 자신들이 입을 손해 때문에 가만히 있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