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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이 이렇게 무서운 단어였나…'어금니 아빠' 사건에 부모들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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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집’이 이렇게 무서운 단어였나…'어금니 아빠' 사건에 부모들 불안
  • 취재기자 정인혜
  • 승인 2017.10.10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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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친구 표적 삼은 성범죄 잇따라...포털엔 '딸 친구' 검색하면 음란물 수두룩 / 정인혜 기자
'어금니 아빠' 사건의 여파로 딸을 가진 학부모들을 사이에서 '친구 집'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한 여중생이 실종된 지 엿새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이른바 '어금니 아빠' 사건이 터지자, 학부모들은 "이젠 친구 집에도 마음대로 보낼 수 없게 됐다"며 불안해 하고 있다.   실종되기 전 여중생 A 양은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집을 나섰다. 귀가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부모는 경찰에 이 사실을 알렸다.  경찰의 CCTV 조사 결과, A 양은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의 한 건물로 들어선 뒤 다시 나오지 않았다. 친구 집이었다. 경찰은 집에 살고 있던 이모 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 씨는 A양을 살해하고 인근 야산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 이 씨가 과거 ‘어금니 아빠’로 매스컴을 탄 적이 있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전 국민적 관심이 이 사건에 쏠렸다. 남녀노소를 막론한 국민들은 A 양을 추모했고, 이 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커졌다. 흉악 범죄가 발생한 곳이 ‘친구 집’이었다는 점에서다. 이 같은 불안감은 딸을 가진 부모들 사이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 박모(42, 부산시 남구) 씨는 “세상이 험하니 딸아이를 친구 집에 보내는 것도 맘 놓고 못 보낼 지경”이라며 “친구 집이라고 믿고 갔을 텐데, 저 작은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도 안 된다. 앞으로는 아는 집도 절대 가지 말라고 교육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범죄를 계획한 부모가 ‘자녀의 친구’라는 점을 교묘히 이용해 피해자를 유인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에서도 '친구 집'이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구 집'을 검색하면, 범죄 발생을 우려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다수 떠오른다(사진: 네이버 캡처).
친구 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를 우려하는 부모도 적잖다. 그간 이 같은 유형의 범죄가 많이 알려진 탓도 크다. 지난달 13일에는 자신의 집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딸의 친구를 촬영하려 한 혐의로 목사 B 씨가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B 씨는 화장실 칫솔통에 볼펜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딸 친구의 신체 일부를 촬영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경남 양산에서는 의붓딸과 딸의 친구를 성추행한 혐의로 C 씨가 구속됐다. 그는 딸과 친구들에게 다이어트 약이라며 주사를 놓고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범죄 후에도 “내 첫사랑과 닮았다”, “애인으로 지내자” 등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사건은 피해자들이 성폭력상담소를 찾아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밖에도 다수의 범죄가 ‘친구 집’을 배경으로 발생했다. 친구 집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이유는 또 있다. ‘딸의 친구’란 단어를 성적인 대상이란 의미로 쓰는 경우가 더러 발견되고 있는 것.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딸 친구’, ‘친구 딸’을 검색하면 차마 읽기도 거북한 문구들이 적잖이 떠오른다. 신유형 음란물(?)로 각광받는 유튜브 ‘썰동’에서도 이를 소재로 한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썰동은 음란 ‘썰’(이야기)을 자막으로만 제작한 동영상으로, 근친상간, 미성년자 성관계 등을 소재로 하지만, 글자로만 이루어져 성인 인증이 필요 없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음란 장면이 없는 음란물이기 때문에 영상 플랫폼에서는 걸러낼 방법도 없고, 처벌 수위도 모호하다. 이에 적잖은 네티즌들이 이 같은 영상을 근절할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친구 딸’, ‘딸 친구’ 어쩌고 하는 쓰레기 영상 만들어 유포하는 사람들부터 잡아야 한다”며 “'친구 집'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이렇게 무서운 말이 됐는지 개탄스럽다”고 한탄했다. 일각에서는 ‘딸 친구’에 씌워진 비정상적인 성적 프레임을 걷어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같은 이미지가 고착화되면 친구 집을 배경으로 한 더 큰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본인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김모(30) 씨는 “딸의 친구를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 보는 비정상적 사고가 없어져야 이런 범죄를 근절할 수 있다”며 “이웃 학부모끼리도 서로 믿지 못하는 불신 사회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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