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100엔단 당 993.98 선에서 장 마감...아베 정권 '양적 완화' 정책 가속도에 추가 하락 예상 / 신예진 기자
엔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며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추석 연휴 이후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다.
23일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100엔 당 993.98원 선에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5.71원(-0.57%) 하락한 수치다.
엔화 가치의 하락은 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정권의 자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얻는 대승을 거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수출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대대적인 양적 완화를 통해 엔화 약세 정책을 추진해왔다. 즉, 해당 정책으로 엔화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은 것.
최근 들어 엔화가 가장 강세를 보였던 날은 9월 8일(107.84엔)께로,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인으로 꼽혔다. 현재 금융투자업계는 엔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하연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는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지속적인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국내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나오고 있다. 일본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지만, 일본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울상이다. 대학생 신민지(20) 씨는 12월 일본 도쿄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그는 “일본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지자마자 겨울방학을 위한 도쿄행 항공권을 미리 구매했다”며 “환율이 다시 오르기 전에 미리 환전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신 씨처럼 엔화를 미리 환전한다는 글도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엔화가 오랜만에 1000원 아래로 내려가서 사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만약 더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도 “환전한 지 얼마 안 됐는데 900원대로 떨어져 속이 쓰리다”며 “여행을 갈지 안 갈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더 사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환율에 많은 영향을 받는 일본 수출 국내 기업들과 일본에서 거주하는 근로자들은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 도쿄 생활 6년 차로 밝힌 한 네티즌은 “한국에 돈을 보내야 하는데 엔화가 떨어져서 마음이 아프다”며 “차라리 이참에 부모님 일본 구경시켜드려야겠다”라고 밝혔다.
수출업에 종사하는 한 네티즌은 “엔화가 갈수록 급락하니 골치 아프다”며 “수출 제조업 다 망하면 임금이고 일자리도 다 날아간다”고 우려했다. 급락하는 엔화 가치로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기 때문. 일본 환율의 계속된 추락에 국민들은 900원대가 무너질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