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서실은 1인실부터 6인실까지 다양한 크기의 공부방과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고시생이나 취업준비 대학생은 물론, 집에서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된다는 청소년들을 모으고 있다. 자녀들이 독서실 가서 공부한다고 하면, 대개 부모들은 안심하게 되며 심지어는 자녀를 기특하게 여기기도 한다. 왜냐하면, 독서실에서 자녀들의 독서실 출입 사실을 부모 스마트폰으로 즉시 전송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카운터에서 개인 출석카드를 찍으면, 부모에게 이런 문자가 보내진다. “00시 00분, △△△학생 입실했습니다.” 퇴실할 때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카드를 찍으면, 퇴실 문자가 부모에게 즉시 발송된다.
그러나 이게 함정이다. 이런 시스템을 악용해 청소년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독서실 주위를 놀러 다니거나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독서실 내에서는 나이 많은 고시 준비생들이나 취업 준비 중인 대학생들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청소년들의 핸드폰 진동 소리와 소곤거리는 대화 소리가 독서실 정숙을 방해하기 때문. 이때, 독서실 관리자들은 실내 청소년들을 혼내기 일쑤다. 울산 북구의 한 독서실의 관리자 박모(27) 씨는 소란을 피우는 어린 학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씨는 “시험기간만 되면 독서실로 몰려들어 떠들어대는 청소년 때문에 너무 머리가 아파진다”고 말했다.
한 차례 혼이 난 학생들은 휴게실로 자리를 옮기거나, 독서실 문 앞에 모여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여기서도 잔소리를 듣게 되면, 그들이 찾는 곳은 근처 대형마트나 아파트 벤치다. 이때 독서실 관리자들은 청소년들이 퇴실 카드를 안 찍고 나가도록 ‘배려’해 주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독서실이 부모 눈을 피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알리바이’ 장소가 되고만다.
시험기간 중 독서실을 자주 이용하고 있는 울산 북구에 거주하는 최모(17) 양은 “솔직히 싫지만, 엄마가 강요해서 독서실에 등록했다. 독서실은 부모가 공부하고 있다고 믿음을 주면서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독서실 근처에서는 숨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청소년들도 있다. 부모와 교사에게 들킬 위험이 있는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이 아니기에 그들에게 독서실은 안성맞춤 흡연구역이 된다.
독서실 밖에서 친구들과 모여 있던 부산 남구의 장모(16) 군은 “엄마는 독서실에 있는 줄 아니까 친구들이랑 놀아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독서실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면, 청소년들은 다시 독서실 제 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싼다. 하루 종일 글자 한 자 보지 않고 실컷 놀았지만, 그들은 ‘당당히’ 퇴실카드를 찍는다. 그리고 독서실에서 태워주는 차를 타고 집으로 의기양양하게 돌아간다.
부산 남구에 위치한 한 독서실 관리자 정모(32) 씨는 독서실이 마치면 소위 봉고차를 운전해서 학생들을 집까지 데려다준다. 정 씨는 “하루 내내 놀던 학생들을 수고했다고 부모들이 데리러 길가에 나오는 것을 보면 죄송하기도 하다”며 “독서실 입장에서는 청소년들이 밖에서 노는 것이 독서실에 피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독서실 밖에서 노는 청소년 이용자들을 방치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독서실 정숙 유지에 도움이 되는 한, 청소년 이용자들이 독서실 밖에서 노는 것을 독서실에서 따로 터치하지는 않는 것이다.
독서실에서 관리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모(25) 씨는 독서실을 악용한 청소년 일탈 행위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지만, 독서실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김 씨는 “독서실 사장님은 떠드는 아이들을 차라리 퇴실카드 찍게 하지 말고 밖으로 내보내라고 하신다. 내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