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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마음으로 타일렀더니 가해 학생들 참회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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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마음으로 타일렀더니 가해 학생들 참회의 눈물
  • 취재기자 김민지
  • 승인 2013.07.29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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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부서의 학폭 힐링 프로그램(JUMP) 동행 취재기
‘카따’는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신조어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이용한 따돌림을 뜻한다.  ‘덕후’라는 말도 있다. 왕따당하는 사람의 친구를 칭하는 그들의 은어다.  4대 사회악 중 하나로 지목된 학교폭력이 범국가적인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연하고 있으며 피해 상황도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폭', 즉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힘쓰고 있는 힐링 경찰들이 있다. 부산 남부 경찰서 청소년계가 바로 그들이다. 이 경찰서는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 ‘JUMP’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이 이 경찰서 청소년계장 이해연 경위다. 이 경위는 올해 초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JUMP’ 프로그램을 맡기 위해 형사지원팀에서 청소년계로 자원하여 소속을 옮겼다. 그녀는 “두 딸을 둔 엄마로서 학교폭력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 일은 내가 꼭 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청소년계로 오게 되었죠”라고 말했다.  
▲ 부산 남부서 청소년 선도 및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 JUMP을 진행하는 사람들. 왼쪽부터 (위) 김종오 경사, 신주성 경장, 박인수 경사, 이성우 경사, (아래) 김혜선 경사, 이해연 경위, 김흥욱 경사(사진: 부산 남부서 제공).
JUMP 프로그램은 ‘청소년 위법행위 예방’이란 영어 단어의 글자 조합이다(Juvenile: 청소년, Misconduct: 위법행위, Prevention: 예방). JUMP는 청소년 범죄 예방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비약하고 점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1월 13일부터 시작되어, 매월 1-2회 시행되고 있으며, 신청 학교가 있으면 경찰서와 시간을 조율해서 진행된다. JUMP는 여러 세부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학교폭력 가해 학생을 위한 ‘3일간의 여정’이라는 프로그램이 핵심이다. 남부경찰서 관내 65개 초중고등학교에서 흡연, 가출, 그밖에 학교의 통제가 힘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6기 38명이 3일간의 여정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3일 10시간 과정으로 진행되는 이 선도 프로그램은 형사들과 가해 학생이 함께 움직인다. 이 경위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 이미 학교나 가정에서 수없이 지적받고, 혼났기 때문에 우리 형사들까지 아이들을 무조건 혼내고 언성을 높이지 않아요. 압박을 주고 주입식으로 아이들을 대하기보다는 친밀감과 진정성을 우선시해요”라고 말했다.
▲ JUMP 선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경찰서 견학’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남부 경찰서 상황실과 부서별로 견학하면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 김민지 취재기자).
JUMP의 3일간의 여정 프로그램은 4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첫 단계는 강의식 범죄예방교육을 받고 호신술을 배우는 시간을 가지면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며 두 번째 단계는 경찰서를 방문하여 과학수사팀을 견학하고 유치장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 경위는 “아이들에게 과학수사팀의 수사 과정을 설명해주면서 너희들이 몰래 범죄를 일으켜도 경찰은 금방 알 수 있다는 식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줘요. 그리고 잠시나마 직접 유치장에 들어가 보는 시간을 가지면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고 엄숙해집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져요”라고 말했다. 세 번째 단계는 외부 전문가와의 심리 상담으로 진행된다. 형사들이 자리를 비워주면, 학생과 전문가의 상담이 1 대 1로 이뤄진다. 여기서 전문 상담가는 가해 학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이끌어낸다. 이 경위는 “전문가와의 상담 중, 학교나 가정, 경찰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실들을 털어놓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러다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죄책감을 느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 JUMP 선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학 밴드동아리 체험’을 하는 모습. 경성대학교 밴드 동아리 “튜닝”의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이 악기 연주를 하고 있다.밴드 동아리“튜닝”은 청소년들에게 열성적으로 악기를 가르쳐주고 남부 경찰서 청소년 계와 연계하여 JUMP 프로그램의 다양한 행사의 진행을 돕기 위해 엠프와 악기를 대여해주고 있다(사진 : 김민지 취재기자).
마지막 단계로는 대학 동아리 체험이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는 JUMP 프로그램과 경성대학교 밴드부 ‘열림’이 연계하여 대학생들이 가해 학생들에게 원하는 악기를 가르쳐주고, 함께 연주하는 시간을 가진다. 마지막 단계까지 진행된 후, 가해 학생들은 자신과 부모님, 선생님, 피해 학생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진다. 이 경위는 중학교 2학년 여학생 3명과 남학생 5명이 왕따 가해자로 JUMP에 참여해서 이런 편지를 쓰면서 진정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는 모습을 경험하기도 했다. 그녀는 “대개 이 편지를 쓰는 시간에 학생들이 많은 감동을 느껴요. 자신의 행동이 친구에게 상처가 될 줄 몰랐다고 깨닫는 아이들도 있고, 서로 다른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마음이 열리게 되죠”라고 말했다.
▲ JUMP 선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청소년 심리 전문가와 상담’ 후 활동 모습.참여 학생들의 특징에 따라 전문가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위 사진은 친구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한 미술치료로, 서로의 몸을 그려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다.말보다는 그림을 통해 쉽게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표출하고, 서로의 모습을 그려주고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게 된다(사진 : 김민지 취재기자).
이 외에도 JUMP는 남부서 소속 방범순찰대 소속 의경 28명으로 구성된 JUMP 연극단을 조직해서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공연을 학교를 순회하며 열고 있다. 이 공연은 학교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판치기,’ ‘금품갈취,’ ‘생일빵,’ ‘빵셔틀’ 등을 소재로 재미있게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경위는 “JUMP는 가해자, 피해자, 교사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1회성에 그치는 프로그램들과는 차별화돼요. 자연스러운 체험을 통해 스스로 깨우치고 반성하게 하는 목적이 큽니다”라고 덧붙였다. 6월 어느날, 이해연 경위는 새롭게 개편된 JUMP 프로그램의 하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치유를 위한 ‘작은 운동회’였다. 이 경위는 청소년계 5명의 형사와 관할 한 중학교를 찾아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축구 경기를 했다. 비에 잔뜩 젖은 형사들과 학생들은 함께 햄버거를 나눠 먹고 남부경찰서로 이동하여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는 JUMP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사건에 관여된 두 집단의 학생들을 함께 운동 경기를 하게 해서 서먹서먹한 마음을 풀어주는 이벤트다. 모든 일정을 마친 후, 형사들과 학생들은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행사 후에도 형사들과 가해 학생들도 서로 통화하고, 특히 피해 학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이 경위는 “실제로도 이 행사 후 피해 학생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해요”라고 전했다. 이날 ‘작은 운동회’에 참여한 한 학생은 “경찰 아저씨들과 친구들과 비가 오는데도 축구를 하니 정말 재밌고, 다음에 또 하고 싶다. 저번에는 형사 아저씨들이 자장면을 사줬었는데 또 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해연 경위는 JUMP를 진행하면서 3일간의 여정 프로그램으로 모두가 반신반의하던 학생이 개과천선하여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학교장에게 전해 들었을 때가 가장 기쁨을 느낀다. 이 경위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늘 불만에 가득 차있던 여학생이 마지막 날, 저에게 달려와 안기며 감사하다고 말하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해요”라고 말했다. 이해연 경위는 JUMP 프로그램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 학교가 정화될 것을 기대한다. 이 경위는 “가해 학생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JUMP에서 느끼고 배운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게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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