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는 저임금에 일자리도 모자라
지방대 아르바이트생의 근무여건이 너무 열악하다. 근무환경은 나쁘고 보수는 낮으며, 그나마 일자리도 모자란다. 특히 수도권과 달리 지방 대학가 상권은 주로 단순 서비스업이어서 아르바이트 선택의 폭도 좁다.
요즘은 대학생활에서 아르바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배낭여행 자금 마련 같은 특정한 목적을 위한 아르바이트부터 학비나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한 ‘생계형' 아르바이트도 많다. 최근 들어서는 취업을 위한 경험 쌓기 차원에서 아르바이트도 있다. 많은 대학생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은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과 보수에 허덕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지방대학일수록 심각하다.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 지난 6월 발표한 ‘학생노동자 아르바이트 피해상담 및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학생의 50% 이상이 시간외, 휴일·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업무 중 상해를 입어도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일수록 상황은 더 어렵다. 서울 강남지역의 최고 시간당 4,000원에 이르는 수도권 아르바이트에 비해, 지방은 올해 노동부가 고시한 법정 최저임금 시간당 3,1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2,500원 이하가 일반적이다.
수도권 대학생 아르바이트의 경우 과외나 공공기관·기업체에서 실시하는 인턴십, 자신의 전공과 관련 있는 업무 등 커리어 확보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단순노무나 서비스직은 고등학생이나 재수생, 일부 저학년 대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방은 아직도 대학가의 상권, 특히 서비스업에 일자리가 몰려 있다. 선택의 폭이 좁은 지방대의 학생들은 단순한 일거리와 막노동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학교 근처 주점에서 서빙을 했다는 강성보(부경대 국문·99) 씨는 “그야말로 노동착취”라며 지난 두 달간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떠올렸다. 학업도 포기한 채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일을 해도 시간당 그가 받았던 임금은 겨우 2,500원. 그는 “아르바이트 하고자 기다리는 사람은 많으니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 두라는 식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학 1학년 때부터 편의점을 비롯해 부산 시내 음식점에서 일하며 용돈을 벌었다는 최혜정(부경대 정치언론·03) 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그는 “한번은 시간당 2,100원을 받고 일한 적도 있다”며 “부산에서 시급 2,500원이면 그나마 무난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최저임금이 보장되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있다. 전국에 체인망을 갖춘 업소라 비교적 사정은 나아졌으나 넉넉하게 받는 편은 아니다.
고용주들도 할 말은 많다. 법정 시간당 최저임금 물음에 한 음식점 주인은 “시급 2,500원 아니냐”라고 답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전반적인 업소 측의 입장이다. 부경대 후문에 위치한 술집의 직원은 “전국 체인망인 우리 가게의 특성상 다른 곳보다 후하게 임금을 챙겨주는 편”이라며 “이 부근 대부분의 업소들이 매상이나 일의 종류를 고려해서 임금을 지급하는 편이며 근로기준법이 정해놓은 최저임금제를 가게마다 똑같이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턴 역시 지방대생에게는 기회가 풍족하지 않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정보부족으로 신청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인턴직 역시 서울권에 몰려 있고 지방의 경우는 주로 중소기업 중심이며 자리도 넉넉지 않다는 것이다.
군 제대 후 급하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다는 김용준(경성대 사회복지·02) 씨는 “인턴은 4학년이 아니면 거의 기회가 없으며 지방 노동청이 주관하는 인턴은 예산부족으로 내년 1월에나 신청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열악한 업소에서 일할 수도 없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노동당 등을 중심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업주들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이 더 심각한 지방의 경우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