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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썰전>은 사회의 굵직한 이슈에 관해 두 논객이 신랄한 설전을 벌이는 것이 컨셉인 JTBC의 교양 프로그램이다. <썰전>의 초기 시청률은 2~3%대로 낮은 편이었으나 ‘촛불 정국’의 힘으로 시청률 9.2%를 찍어 종편 출범 이후 예능 최고의 시청률을 보였다. JTBC로서도 <썰전>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인 <시청자 의회>를 제외하면 종편의 예능, 교양을 통틀어 최다 방영 횟수를 가진 대표 프로그램인 셈이다.
하지만 <썰전>은 현재 4%대 시청률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썰전>의 패널인 유시민 작가는 시청률이 떨어진 이유를 ‘정치 비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실제로 <썰전>의 전성기는 촛불 집회와 탄핵 정국이 이뤄지고 있던 ‘정치 격변기’였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았던 만큼 국가적 이슈를 다루는 <썰전>의 인기도 덩달아 높았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북핵 문제, 다스 실소유주 논란 등 큰 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지금, 시청률 하락의 이유가 단지 정치 비수기에만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썰전>의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보수 패널인 박형준 교수의 하차 요구가 빗발친다. 박형준 교수는 <썰전>에서 하차한 전원책 변호사를 대신해 들어온 보수 패널이다. 초반에는 전원책 변호사와는 다른 스타일로 토론을 이끌 수 있겠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이슈가 등장하면서 그 기대는 무너졌다. 박형준 교수는 지나칠 정도로 MB정권을 옹호하며 팩트보다는 그를 변호하는데 바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박형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 시민사회특보 등을 역임한 그야말로 진성 ‘MB맨’이기 때문이다.
그의 MB 변호인 역할은 지난 11월 2일 방영된 ‘다스 실소유주 문제’ 편에서 극에 달했다. 박형준 교수는 이날 토론을 하던 도중 “양심 고백을 하겠다”며 운을 뗐다. 그는 그 후 “BBK는 김경준 혼자 만든 회사”라며 “김경준이라는 국제 금융 사기꾼에게 MB가 당한 것”이라는 주장을 자신이 말한 팩트에 기반해 펼쳐나갔다. 그의 막힘없는 설명은 사건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누구라도 혹할 만한 그런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MB 측이 예전부터 주장해 왔던 왜곡된 팩트에 불과하다. 우선 BBK에 투자한 수많은 이들은 모두 MB의 가족 또는 동문이거나 주변인들이었다. 이들 모두가 MB의 소개 없이 누군지도 모르는 김경준의 BBK에 투자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며 고소를 한 대상은 김경준이 아닌 이명박이었다. 박형준 교수의 발언에 따르면, BBK 투자자들은 아무 상관도 없는 이를 고소한 것이나 다름없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명박은 후보 시절 광운대학교의 강연회 자리에서 “금년 1월에 BBK라는 회사를 제가 설립했습니다”라고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한 바도 있다(//www.youtube.com/watch?v=Cl4IbbOCIec 이명박 후보 시절 광운대 강연 영상).
박형준 교수의 MB 편들기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11월 23일 <썰전>에서는 MB의 다스 비자금 개입 의혹 및 MB 아들 이시형 씨의 기업 인수 논란 등 다시금 MB와 그의 측근 관련 의혹들을 주제로 삼았다. 하지만 박형준 교수는 방송 내내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의견은 내지 않았다. 그는 “다스 문제는 부차적인 것”, “다스의 문제를 추궁하는 것은 망신주기에 지나지 않는다”와 같은 태도와 ‘모르쇠’를 통해 논지를 흐리는 데 보다 집중했다.
박형준 교수의 이러한 태도는 서로 간의 시원한 의견 교환을 보는 묘미로 <썰전>을 시청하던 사람들에게 답답함만을 주고 있다. 사실 MB정권에 관해 토론하는데 ‘MB의 대변인’을 패널로 삼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 가깝다. 어떻게 보면 그가 할 수 있는 건 변명밖에 없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앞으로 MB정권에 관한 이슈는 점점 더 구체화되고 커질 것이고 <썰전>에서도 주요 이슈로 MB정권을 채택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금 보수와 진보 패널 간의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통한 토론이 이뤄지기 위해선 <썰전>은 올바른 보수 패널의 영입이 시급해 보인다. 박형준 교수의 모르쇠와 논지 흐리기 식의 답답한 토론이 이렇게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썰전>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