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정 고장 나 뱃길 두고 52km 육로 이동, 민간 어선 빌려 출동...첫 출동 구조선도 레이더 없이 '깜깜이' 운행 / 김예지 기자
인천 영흥도 앞바다 낚싯배 충돌 사고와 관련해 해양경찰이 또다시 늑장 대응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신고를 받은 고속정은 30여 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작 꼭 필요한 구조대가 없었다. 인천구조대가 사고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고 한다. 4일 해경 등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직후인 3일 오전 6시 13분 해경 인천구조대 등에 가용 인원을 출동하시키라는 지시가 전달됐다. 해군과 소방 등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규정에 따르면, 출동신고를 받은 인천구조대는 고속 보트를 투입해 현장으로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당시 실제 출동해야 할 배가 없었다. 구조대가 보유한 고속보트 2대 모두 출동할 수 없는 무용지물 상태였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인천구조대는 결국 배를 버리고 영흥파출소까지 52km를 육로로 달렸다. 구형 보트로 출동하느니 육로가 빠르다는 판단했기 때문.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영흥파출소에 도착한 뒤 해경 선박이 없어 민간 어선을 얻어 타고 사고 해역으로 이동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바다가 아닌 육지를 통해 출동하다 보니 이들이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간은 지령을 받은 후 1시간 23분 뒤였다. 고속 보트보다 무려 20여 분 늦은 것.
SBS에 따르면, 처음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도 아주 빨리 온 건 아니었다. 출동 명령 이후 30분 이상 걸렸는데 구조선 전용 선착장도, 낚싯배에 있던 야간 운항용 레이더도 없었다. 결국 긴급 상황에서 어선과 묶인 밧줄을 풀고 다른 배가 떠내려갈까 봐 다시 묶어주면서 20분을 허비했다. 허둥지둥 뒤늦게 출발해 현장까지 걸린 시간은 16분. 진두항에서 출항한 낚싯배가 눈으로도 보이는 사고 해역까지 가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비슷한 곳에서 출항한 해경 고속단정은 15분이 넘게 걸렸다. 구조 보트에 야간 항해를 할 수 있는 레이더가 없었던 것.
해경은 암초를 피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차로 치면 밤에 전조등도 켜지 않고 운전을 한 셈. 긴급 출동에 대비한 정박 시설과 장비가 없다 보니 정작 필요한 순간 거북이 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전화 인터뷰에서 “저수심 지대와 양식장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이미 평상시에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구조대가 있는 이유가 뭐냐. 일찍 대응하기 위한 것 아니냐. 양식장이나 장애물은 늘 있는 것이니 그것이 이유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인천 해경구조대 배 두 대를 사용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며 “1년에 쓰는 예산이 얼마인데 보트가 고장이 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불과 1.5km밖에 안되는 거리를 30분 걸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통령도 저렇게 나서서 구조하라고 애를 썼는데, 정작 해경은 왜 못 건졌느냐. 조금이라도 더 일찍 왔으면 더 살릴 수 있는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