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강남슈퍼초딩인데ㅋㅋㅋ 솔직히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 쓰는 거 진심ㅉ팔림ㅋㅋ 내가 강남살아서그런데 원레 강남사람들은 부자고 학식이뛰어나서 한글시러함ㅋㅋ영어를 좋아하지 솔직히 나도 한글쓰는애 학교에 있으면 왕따시키고 싶음ㅋ 왜냐면 좀 한글을 쓰면 품격 없어보인다고 해야되나?ㅋ 그래서 난 영어만 쓴다ㅋㅋ 뭐 니네 서민들은 모르겠지ㅋㅋ 세종대왕이 한글 만들 때도 천민들을 위해 만든거니 한글은 천민들만 쓰는거ㅎㅎ 한글보단 차라리 일본어가 낳을 듯!”
인터넷 포탈사이트인 네이버의 뉴스 댓글, 블로그 댓글 등 인터넷 곳곳에서 상식 이하의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비방이나 험담을 담고 있는 기존 ‘악플’과는 달리, 최근 이런 댓글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악플이다. 과거에는 ‘다른 사람을 욕하기 위해’ 악플을 달았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욕함으로써 ‘자신이 욕을 먹기 위해’ 이런 악성 댓글을 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인터넷 용어로 ‘관종(관심종자의 준말)’, 혹은 ‘어그로꾼’이라고 부르는데, 관심종자는 말 그대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어그로’라는 단어는 온라인 게임에서 적들에게 많은 타격을 가해 적의 어그로 수치(분노 수치)가 올라가게 되는 시스템에서 생긴 말로 낚시성 글이나 장난으로 사람들의 짜증을 높이는 것을 ‘어그로를 끈다’고 하고, 그러한 사람들을 ‘어그로꾼’이라고 부른다.
‘어그로꾼’과 ‘관심종자’들의 특징은 일부러 오타를 써서 사람들의 지적을 유도하거나 자신이 부자라고 하는 등 허풍을 떠는 것이다. 또, 반일감정, 남녀평등, 지역갈등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를 건드리기도 한다. 한 인터넷 블로거는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올리고 우리나라를 ‘더러운 조선’, ‘조센징’으로 비하함은 물론 한국이 재식민지화되길 바라는 글을 게시하다가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적 비하 발언이나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도 서슴거리지 않는다. 지난 달, 외국인 천주교 신부가 한센인 복지시설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는 어느 신문의 훈훈한 기사에 ‘전기뱀장어같이 생겼다’, ‘혐짤이다’, ‘화면이 터치라서 실수로 한센병환자 얼굴을 만져버렸다. 빨리 손을 씻어야겠다’는 등의 무개념 댓글이 난무했다. 최근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기사에도 일본 편을 들면서 할머니들을 성적으로 비하하고 책임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돌리는 댓글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악플에는 비공감 지수가 높고 답글이 많이 달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비공감 지수, 반박 답글을 싫어하지만, 악플러들은 이런 것들을 즐기고 더 자극적인 댓글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한 악플러는 닉네임을 ‘비공개눌러줘’로 설정하고 아예 대놓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악플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비공감을 눌러서 부정의 뜻을 나타내고 댓글을 달아 악성 댓글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 중에는 “자, 니가 원하는 관심”, “어그로 끌고 있네” 등의 댓글도 있다. 댓글의 내용이 심한 경우에는 ‘댓글 신고하기’를 눌러 삭제되도록 하기도 한다. 이런 ‘관심종자’들을 많이 접한 네티즌 중에는 좋든 싫든 관심을 받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아무 반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한다.
비실명 정보공유 게시판인 ‘네이트 판’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혜은(25) 씨는 “처음에는 그냥 악플이라고 생각했는데 관심 받으려고 그렇게 하는지는 잘 몰랐다”며 “그렇게라도 관심을 얻어야 하는 지금 사회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악플을 위한 악플러'가 생기는 원인은 '도시화로 인한 가족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역기능대응부 김봉섭부장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은 타인의 인정과 확인 속에 정체성을 인식하는데 도시화로 인해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시켜줄 가족, 이웃들이 사라지면서, 청소년들이 악플 등 이상 행위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악플러들의 정서적, 심리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네티즌들이 측은지심을 갖고 그들을 바라봐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악플에 대한 반박, 무관심이 그들을 자극하고 상처줄 수 있기 때문에 "너의 글에 내 마음이 많이 아파. 다시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악플러들에게 사이버공간은 익명의 공간이지만 욕설이나 비난 글에 의해 현실공간에서와 동일하게 상대방이 상처 입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정보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