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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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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함성
  • 우병동 시빅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4.02.10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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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던 소치 동계 올림픽이 막을 올렸다. 환상적인 러시아 고전 음악과 무용이 주를 이룬 개막식이 우리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했고, 현란한 고공 점프를 자랑하는 스키 게임을 시작으로 열전이 시작되었다. 당분간 매일 게임 중계를 보면서 텔레비전 앞을 지키느라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지난 주말에는 우리나라의 이승훈 김철민 선수가 출전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5000미터 게임이 벌어져 우리의 기대감을 높였었다. 우리의 기대주인 이승훈 선수의 차례가 맨 뒤에 배정이 되어 2시간 넘게 선수들의 역주를 지켜 보면서 스피드 스케이팅의 익사이팅한 매력을 한껏 즐길수 있었다. 커다란 덩치의 미국과 유럽 선수들이 전속력으로 얼음을 지치는 모습에서 통쾌한 속도감을 즐길수 있었는데, 한편으로는 이승훈 선수처럼 몸집이 작은 선수가 저 커다란 덩치의 외국 선수들과 어떻게 경쟁을 할수 있겠는가 조마조마한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차례가 되어 이승훈 선수가 독일 선수와 한 조가 되어 나타났는데, 역시 상대적으로 작은 몸집이 비교가 되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출발하여 얼음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는데, 외국 선수들이 길다란 다리와 커다란 상체로 쭉쭉 밀어서 타는 모습에 비해 작은 몸집으로 있는 힘을 다해 지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저런 몸으로 어떻게 외국 선수들과 경쟁하여 메달을 따내고, 좋은 성적을 올렸는가 생각하니 정말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에 다소 못미친 결과가 나왔지만 그 체격의 불리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했을지 생각하면 고생했다는 칭찬을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방송의 해설자나 중계자는 “운이 없었다, 기대에 못미쳤다, 다음 기회에 더 힘을 내야한다”는 등 실망섞인 기대를 표현하는데 그쳤다.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짐작하는 이승훈 선수도 마치 무슨 죄를 지은 듯 어두운 얼굴로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링크를 빠져나갔다. 최선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쏟아 부은 선수가 왜 그런 질책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임을 마친 다른 나라 선수들이 밝은 얼굴로 주위의 격려를 받으며 링크를 나오는 모습과 너무 대조가 되었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점수 따기와 등수 매기기 풍조가 다시 한 번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물론 금메달을 딴다면 선수 본인에게도 좋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언제나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니 꼭 1등을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열심히 하는데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좋을 듯하다. 스케이트를 잘타고 썰매를 멋지게 타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즐기는 것이 올림픽을 즐기는 것이지, 꼭 우리나라 선수가 참가하고 1등을 다투어야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즐거움의 폭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프로야구에서 자기 팀이 성적을 올리면 열광적으로 응원을 하다가 성적이 나빠지면 운동장이 텅비는 모습은 진정으로 야구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자기 팀이 이기고자 승부욕을 채우려는 것이다. 월드컵 축구의 예선전이나 A매치에는 열광하면서 평소 k리그 경기에는 관심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축구나 야구 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우리 팀이 이기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스포츠의 진정한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앞으로도 많은 경기가 벌어지고, 그 가운데는 우리 선수들이 나와 승부를 겨루는 모습도 있을 것이다. 메달에만 집착하다보면 구경해야할 경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여러 선수들이 나와서 경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잘하는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는 관전이 되지 않을까. 얼마전에 어떤 분의 글에서 읽은 것이 생각난다.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보면서 외국 해설자는 “저 유연한 회전과 부드러운 착지는 마치 선녀가 하강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비해 우리 해설자는 “저 회전은 점수가 얼마 짜리고, 저 착지에서 실패하면 기술 점수가 얼마 깎인다”고 말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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