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17잔 마시면 고가 다이어리, 화장품엔 브로마이드...소비자들 "상술인 줄 알면서도 사게 된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지난 10월 2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음료 17잔을 구매하기만 하면 신년 다이어리를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커피마니아 배민경(19, 부산 해운대구) 씨는 이 이벤트를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참가했다. 배 씨의 가방에는 이미 스타벅스에서 받은 신년 다이어리가 2개나 있다. 배 씨는 “총 34잔의 커피를 마셔서 다이어리 2개를 받았다”며 “따로 다이어리를 돈 주고 사는 것 보다 음료를 마시면서 다이어리를 얻는 것이 더 이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신년 다이어리는 3만 2500원을 주고 구매할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다이어리를 덤으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17잔의 음료를 마시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소비트렌드 전문가들은 이러한 웩더독 마케팅을 2018년의 새로운 트렌드로 꼽았다. 현재 각광받고 있는 웩더독 마케팅은 꼬리인 사은품이 몸통인 본 상품을 흔들어 소비자가 구매하게 만드는 마케팅이다. 쉽게 말해 웩더독 마케팅은 덤 마케팅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8일 화장품 가게를 들른 박효진(20) 씨는 화장품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바구니에 담기 급급했다. 가격을 대충 따지면서 바구니에 1만 원어치 이상 채운 박 씨는 계산대로 가 사은품이 남았는지 물었다. 이날 이니스프리에서는 화장품을 1만 원 이상 구매하면 사은품으로 아이돌 워너원의 브로마이드(연예인이 그려져 있는 대형사진)를 제공했던 것. 박 씨는 “당장 필요한 화장품은 없었지만 브로마이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구매하게 됐다”며 “한편으론 상술에 놀아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다음에도 구매할 것 같다”고 말했다.
햄버거를 썩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사은품을 얻으려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세트를 구매한 사람도 있다. 정몽주(21, 부산 남구) 씨는 “롯데리아에서 세트를 사면 브로마이드를 준다고 해서 햄버거는 친구에게 주고 브로마이드만 가졌다”며 “햄버거 값이 아까웠지만 브로마이드 값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더 인기를 얻는 것을 이용한 웩더독 마케팅이 점점 더 늘고 있다. 재밌는 건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소비라는 걸 알면서도 이 마케팅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노트북에 작고 귀여운 스티커를 잔뜩 붙인 박소윤(21, 부산 남구) 씨는 편의점이나 마트에 갈 때마다 포장이 돼 있는 빵을 사곤 한다. 빵 봉지 속엔 작은 스티커가 밀봉되어 있다. 박 씨는 빵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띠부띠부씰(자주 탈착시킬 수 있는 형식의 스티커)을 얻으려고 구매한다. 매점에서 빵을 사고 있던 박 씨는 “오버액션토끼 캐릭터 씰을 모으고 있다”며 “원래는 빵이 맛있다고 해서 샀는데 이젠 노트북에 붙일 띠부띠부씰을 위해 사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엔 이런 주객전도의 상황을 두고 불필요한 소비라는 의견을 드러내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 웩더독 마케팅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그래도 좋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
부산마케팅협회 부회장 문영호 씨는 “소비자의 공짜 심리를 이용하는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웩더독 마케팅을 활용하면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 인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