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료 지급 업체 눈치 때문에 두루뭉술 표현, 솔직한 체험 후기 올리면 업체가 막기도 / 김예지 기자
예약 문화가 정착되면서 무작정 음식점을 방문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식사 약속을 잡으면 스마트폰을 켜 포털 사이트에 ‘장소+맛집’을 검색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음식점에 대한 블로거의 추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퇴사 기념으로 부산에 여행 온 김희정(27, 전북 익산시) 씨는 며칠 전부터 ‘부산 가볼 만한 곳’, ‘부산 맛집’, ‘여자 혼자 부산’ 등을 검색했다. 그의 수첩에는 검색의 기록들이 빼곡했다. 김 씨는 “오랜만에 친구도 만날 겸 여행을 왔는데 여행지에서 나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다른 사람들이 '좋았다'고 한 평가한 곳은 실패 확률이 낮을 것 같아 블로그 후기들을 보고 리스트를 뽑았다”고 자신만만했다.
안타깝게도 김 씨의 여행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줄을 서서 먹는다던 돼지국밥집은 길을 가다 우연히 들른 국밥집과 별 차이가 없었다. 블로거가 아늑하다고 극찬하던 게스트 하우스는 사진보다 훨씬 좁고, 방음이 전혀 되지 않았다.
한 블로거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체험하고 내가 느낀 그대로 좋았던 점과 개선이 필요한 점을 모두 썼다가 업체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아서 글을 지운 적 있다”며 “만약 10명의 블로거 중 7명이 별로였다고 말하고, 3명만이 좋았다고 말을 해도 별로라는 후기를 남긴 7명의 글은 지워져 좋았다는 글 3개만 남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과거 ‘ㅇㅇㅇ 오빠랑’이 무분별한 블로그 홍보 글의 필터링 역할을 했지만, 그마저도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예전과 같은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는 비단 맛집으로 대박이 나길 원하는 음식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병원, 학원, 헬스장, 여행지 등 일상 전반에 걸쳐 블로그의 거짓 정보와 추천이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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