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은 에너지 활용 방식에 따라 전진했다. 고대와 중세의 농경사회는 주로 사람과 가축의 힘에 의존하였으나, 산업사회는 증기기관과 기계의 힘을 이용하여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19세기 후반 석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인류의 이동 범위와 생산력은 획기적으로 증대되었다. 석유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운송 저장이 편리하며, 용도가 다양한 전략 자원이나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어 세계대전의 핵심 원인이었다.
20세기 후반 들어 전자 기기의 보급과 정보통신 혁명으로 전기 소비량이 늘자, 전기를 싸게 생산할 수 있는 석탄 소비가 늘었고, 중산층의 상징인 자동차 보급으로 원유 소비도 덩달아 늘었다. 이러한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은 지하자원의 고갈, 환경 파괴,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하여 결국 종말이 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21세기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되어야만 하는 시대다. 20세기 석유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던 우리나라가 에너지 전환시대에 살아 남기 위한 생존법은 무엇인가?
에너지를 둘러싼 변혁의 목표는 환경 부하 저감과 비용 절감을 통한 지속가능성 향상이며, 그 전략은 탈탄소화, 전기화, 디지털화, 지역 에너지 시스템 구축, 효율 향상과 절약 등을 통한 재생 에너지 자원의 활용 극대화다.
우리 에너지 시스템에서 이러한 전환의 실현은 엄청난 도전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에너지 자원을 대부분 수입하고, 원전과 화력 발전의 비중이 높은데다, 신재생 에너지 자원이 풍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현재 고립된 전력망(인접 국가와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을 갖고 있으며, 열에너지 관리 효율이 취약한 나라다. 열에너지를 에너지별로 효율을 잘 따져서 관리하지 못해서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우리의 시야를 국내에 한정시킬 경우, 마땅한 대안을 모색하기 어렵다. 우리는 어차피 해외 에너지 자원에 의존해야 하므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정책적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지난 십여 년 간 진행된 국제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천연가스의 공급 증대와 파리기후변화 협약으로 압축된다. 현재로서는 풍부한 천연가스를 징검다리 삼아 에너지 전환을 도모해야 하는 에너지 전환시대다. 따라서 천연가스 기반의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열에너지 및 전기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이다.
이러한 정책을 구현할 실행 방안의 하나가 수소 연료 전지의 활용이다. 수소 연료 전지는 전기생산과 함께 열에너지를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으나 비용이 문제다. 그렇지만, 수소 연료 전지는 대규모 발전과 가정용 발전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수소는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는 매체로서 원전이나 신재생 에너지 등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하여 생산되거나 천연가스의 개질을 통해 생산할 수 있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수소 생산 기술의 혁신과 수소 연료 전지의 효율 향상을 통해 에너지 소비자가 동시에 에너지 공급자가 되는 수소 연료 전지 네트워크의 분산적 에너지 시스템이 구축되면 인류 문명의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한 수소 경제 시대의 바로미터가 수소 자동차다.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충전 시간이 짧고(1분 내외), 운행 거리가 길며, 연료의 효율이 높다. 현재 운송 부분의 주연료인 석유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반면에 수소차는 물을 배출하므로 환경 문제가 거의 없다. 전기자동차는 배터리 교체 비용과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에 의한 환경 오염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수소차를 중심으로 천연가스를 활용한 수소 활용을 확대시키면서 수소 연료 전지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도모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 시대의 구현을 저원전·저화력 발전의 수동적인 접근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으로 수소 기반 에너지의 저장과 활용의 선도 국가로 도약해야한다. 아울러 수소 연료 전지 발전을 통해 '수소 경제'를 주도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며 경제를 활성화하여 국민소득 3만 달러로 가는 새로운 길이다.
*이철우 교수는 서울대 해양학과에서 1994년에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1995년 1년 동안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센터(현 남극 소재 세종기지의 전신)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으며, 1996년부터 지금까지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한국석유지질학회 이사, 해외자원개발 융자심의위원, 대한지질학회 기획이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원개발PD(program director) 등을 지냈고, 저서로는 <퇴적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땅 속의 검은 황금-석유개발투자 가이드>,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 <종교는 진화한다>, <과학은 예술이다>,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 등이 있다. 그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석유 등 지질 자원 학계의 권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