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삶의 뜻을 생각하는 은퇴인
2014년 한국에 왔을 때, 큰 아들 철준이가 준비해줘서 제주도를 3박 4일로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우리 부부가 여러 번 가 봤지만, 철준이 부부가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주지 많은 채 이번 여행은 아주 특별하다고 여러 차례 말해서 우리 부부는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10월 26일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이외에도 여러 개의 저가 항공사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일행 7명이 탄 비행기는 저가 항공사의 오래된 보잉 737 비행기였지만 값은 싸다고 합니다. 제주 비행장에 내린 우리는 예약된 밴을 렌트해서 제주에서의 3박 4일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비행장에서 숙소로 가는 도중에 덤장이라는 식당에 들려 점심을 들었는데, 1만 5000원짜리 전복 뚝배기를 시켰습니다. 맛 있고 작은 전복이 여러 마리 들어있고 조개와 새우 등 해물이 감칠 맛 나는 된장과 어우러진 최고의 점심이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롯데 리조트 아트 빌라스는 일종의 초호화 빌라 호텔로, 한 채를 빌리는데 하루에 320만 원이라고 하니, 그 호화로운 시설과 주변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한 개의 독채에 방이 4개나 되고, 주방 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그 방의 가구들은 신라 호텔 스위트에 버금간다고 합니다. 롯데 호텔이 직접 운영하는 이 빌라 호텔은 스카이 힐 골프장 바로 옆에 있으며 제주도 서귀포 중문단지에서 가장 호화로운 시설이라고 합니다.
사려니 숲: 둘째 날은 늦은 아침을 하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신의 땅, '사려니 숲'으로 가서 오랜만에 산속 길을 걸었습니다. 사려니 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 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숲길을 말합니다. 이 숲길은 완만하고 평탄했습니다. 숲길을 걸으면서 물찾오름, 붉은오름, 사려니오름 외에도 자갈 대신 화산석이 가득한 천미천 계곡, 서중천 계곡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온대산지인 사려니 숲길에는 자연림인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었습니다. 산림 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삼나무, 편백나무 등도 식재되어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시인 도종환은 <사려니 숲길>이란 제목의 시에서 “신역(神域)으로 뻗어있는 사려니 숲길 같은”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제주도 말로 '사려니'는 '신성한', '신령스러운'이란 뜻이라고 하니, 사려니 숲길을 신역으로 표현한 도종환 시인의 시구와 멋지게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저작권자 © CIVICNEWS(시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