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목과 끈을 이용해 나무나 전봇대 사이에 설치된 현수막과 길거리에 세워놓은 홍보용 입간판들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부산 남구청 조례에 따르면, 가로 600cm, 세로 90cm 이내의 모든 현수막은 구청에 신고한 뒤 지정된 게시대에만 설치할 수 있다. 게시 기간은 10일에서 15일 사이이며, 구청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2만원에서 3만원 대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옥외광고협회에 따르면, 현재 부산의 현수막 지정 게시대는 304개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정해진 게시 기간과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가로수나 육교 등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에 각목과 끈으로 아무렇게나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현수막을 각목으로 묶어 놓은 흰색 끈이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급히 지나가거나 밤이 되면 순간적으로 인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부상을 입게 된다.
경남 진주시에 사는 직장인 남모(34) 씨는 회식이 끝난 뒤 택시를 잡기 위해 차도 쪽으로 가다 현수막 끈을 보지 못해 걸려 넘어져 정신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 술에 취해서 앞을 제대로 못 본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이 현수막 끈에 걸려 넘어지면 신체적인 충격은 더욱 커진다. 경남 양산에 사는 중학생 강모(15) 군도 친구들과 놀다 멀리 날아간 농구공을 줍기 위해 농구공만을 보고 뛰어가다가 현수막 줄에 걸려 넘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또 부산 남구 대연동에 사는 여대생 김모(20) 씨는 버스 정류장 옆 가로수에 설치된 현수막 끈을 순간적으로 인지하지 못해 버스를 타려고 뛰어가다가 목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그녀는 “내가 앞을 제대로 못 본 탓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불법으로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육교에 설치된 현수막은 운전자들의 시선을 빼앗아 사고 위험이 높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의 하모(49) 씨는 운전하다 육교에 설치된 현수막의 한 쪽 끈이 풀려 각목과 함께 바람에 심하게 휘날리는 것을 피하느라 하마터면 사고를 저지를 뻔했다.
길거리에 세워둔 입간판 또한 불법이다. 불법 입간판도 단속 대상이며, 보행에 불편을 주거나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경우, 또는 미관상 좋지 않을 경우에는 구청에 제거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고를 귀찮아 하고, 이런 일에 엮이기 싫어하는 탓에 신고율은 높지 않다. 결국 사업주들은 자신의 가게를 더 홍보하고 눈에 띄게 하기 위해 커다란 입간판들을 자꾸만 인도 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입간판은 특히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으며, 불을 밝히기 위해 사용되는 길바닥의 전선이 큰 위험요소다. 줄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지만, 비나 눈이 올 경우 젖은 땅에 놓인 전기선 피복이 벗겨져 감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공기를 주입한 입간판들이 바람에 날아가게 되면 큰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경남 밀양에 사는 송모(29) 씨는 야근하고 돌아가는 길에 입간판 전선에 걸려 넘어져 입술이 찢어지고 얼굴에 찰과상을 입었다. 송 씨는 업주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하려고 했지만 법적으로 복잡할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냥 넘겼다고 한다.
부산 대연동에 사는 이모(45) 씨도 빌딩 앞 주차 구역에 자신의 차를 주차해 놓았는데, 바람이 불어 인도에 세워진 불법 입간판이 쓰러져 이 씨 차의 지붕과 문짝에 피해를 입혔다. 이 씨는 자동차 보험을 이용해 보상 받기는 했지만, 불법 입간판 때문에 성가신 일을 겪어 기분이 상했고 시간도 많이 뺐겼다.
부산 남구청 조례에 따르면, 불법 현수막에 대해서는 최고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업체 당 월별 최고 과태료가 500만원 이하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업체가 계속 현수막을 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시민들은 국번 없이 120번에 전화하면 불법 광고물들을 신고할 수 있다.
남구청 안전도시과 담당자는 기동 단속반을 운영하여 불법 현수막이나 입간판을 즉시 철거하고 행정 처분하도록 하겠으며, 불법 현수막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수시 순찰하겠다고 답변했다. 구청 담당자는 “하지만 불법 유동 광고물 단속을 위한 관할 구청의 계속된 순찰 활동에도 불구하고, 일부 광고주들의 인식이 부족하여 이와 같은 사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