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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인사동'? 골동품 상가라지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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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인사동'? 골동품 상가라지만 글쎄...
  • 취재기자 신재규
  • 승인 2014.05.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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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덕골 문화장터, 홍보 부족에 당국 지원도 끊겨 썰렁 한마당

“40만 원에 해드리께.”
“너무 비싼 거 아잉교?”
“에이, 40이면 적당한 겁니더.”

길거리 노점에서 상인과 손님이 나누는 대화 한토막이다. 물건 값을 놓고 밀고 당기는 평범한 흥정일 뿐이지만, 그 물건들이 심상치 않다. 조선시대 왕의 초상화로 보이는 것부터 갑옷과 투구,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LP판과 앨범, 전화기 등 흔히 볼 수 없는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위치한 구덕운동장 한쪽 외곽 도로변에는 주말이 되면 20~30여 개의 천막이 인도를 따라 100m 정도 일렬로 들어선다. 이 곳에는 각종 골동품과 고미술품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의 물건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부산의 작은 인사동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구덕골 문화장터’다.
▲ 구덕골 문화장터 표지판(사진:취재기자 신재규)
구덕골 문화장터는 고미술협회 부산지회장이었던 고 장두성 회장을 중심으로 고미술협회 회원들과 부산 서구청의 협력으로 1999년 5월 30일에 처음 개장된 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개장 당시 토요일 하루만 열렸던 장터는 시민들의 요구로 일요일까지 하루 더 연장돼서, 지금은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리고 있다. 서구청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멋과 전통이 담겨 있는 풍물거리로 조성해서 서구민의 화합과 애향심을 고취하고자 개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장터에는 30명 정도의 상인이 있고, 장터는 이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구덕골문화장터발전협의회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는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구덕골 문화장터에는 옛날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생활 물건들이 많다(사진:취재기자 신재규)
이 곳에 진열된 물품들은 모두 상인들 각자가 수집한 물품들이다. 상인들은 주중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입, 교환을 통해 물품을 수집한다. 개장 이래 지금까지 계속 장사를 해오고 있는 한 상인은 “주로 다른 지방에 발품 팔아서 직접 구해온다. 옛날에는 중간 상인들을 통해 구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구해온 물건을 주말이 되면 이곳에서 판매하는데, 1000원짜리 책도 있고, 비싼 것은 수십만 원에 이른다. 상인 박모씨는 물건들의 가격 책정은 본인이 직접 한다며 “현재 내가 판매하고 있는 물품 중에는 200만 원이 가장 비싼 물건"이라고 말했다.

종류 또한 골동품, 민속품, 고서화, 도자기, 병풍 등 다양하다. 이러한 가격과 물건의 다양함만큼 손님들이 찾는 물건 또한 가지각색이다. 한 상인은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데다 사람들의 취향이 다 달라서 특별히 잘 나간다 하는 물건은 없다”고 말했다. 매주 주말이면 장터를 찾는다는 임모(56) 씨는 “여러 가지 다양한 물건을 싼 값에 사갈 때가 많다. 그래서 마니아들은 이 곳에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 구덕골 문화장터에 진열돼 있는 물건 중엔 고미술품이나 고서들도 많다(사진: 취재기자 신재규)
장터에 대해 좋은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품들이 중국산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전부가 중국산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입한 물품도 있지만, 상인들은 외국산이 일정 분량 이상을 넘지 않게 자체적인 규정을 두어 통제하고 있다.

또한, 상인들이 인도에 진을 치기 때문에 보행자들의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9) 군은 수능을 앞두고 있어 토요일에도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한다. 그런데 하교를 할 때 차도로 돌아서 갈 때가 많다. 이 군은 “비가 올 때는 더 심각하다. 그럴 때는 대부분 차도로 돌아서 가는 경우가 많아 매우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문화장터에 대한 홍보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국을 포함해 여러 언론사에서 홍보해줬지만, 지금은 그마저 없는 상황이다. 자체적인 홍보라도 해야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 상인 김모 씨는 “비용 문제로 자체적인 홍보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역 문화계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움은 이 뿐 아니다. 상인들은 부산에는 이런 장터가 이 곳뿐이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데 당국의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시설들이 부실해 외관상으로 보기에 좋지 않다고 불만이다. 김 씨는 “비가 오면 천막에서 물이 새 물건들이 젖을 때가 제일 난감하다. 물건들이 젖어 상품가치가 하락하는 건 둘째 치고, 사람들 보기에 너무 민망하다”고 말했다. 개장 당시 서구의 명물거리, 문화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서구청의 도움을 받았던 문화장터는 현재 다른 사업에 밀려 시청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등 후속 지원이 없어 열악한 환경으로 방치돼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구덕골 문화장터 개발 계획은 현재 별도로 수립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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