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위정경’(扶危定傾)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자말 그대로 풀이하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는 국가를 바른 길로 인도하여 구해내다’는 뜻이지만, 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의미로 쓰인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이 사자성어의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겠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똥통(shithole)’으로 폄훼당했던 아프리카는 오히려 이를 이용해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입이 딱 벌어지는 ‘역발상’ 마케팅이다.
1일 중앙일보는 이 같은 역발상 마케팅 사례를 소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프리카 남서부 나미비아의 한 여행사 홍보 비디오 영상이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시작하는 해당 영상은 매 장면 아프리카를 ‘똥통’이라 칭하며 관광지를 소개한다. 홍보 영상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도 않다. 해당 업체는 “혹시 당신이 살고 있는 아름답고 완벽한 나라를 떠나고 싶다면 아프리카 넘버 원 똥통으로 오세요”라고 홍보하고 있다.
나레이션을 맡은 성우의 능청스러움도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우리는 당신을 똥통 나미비아로 초대하고 싶다”며 “나미비아는 전 세계 최고의 똥통 국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지형이 소개된다. 특히 나미비아의 호수가 소개되는 장면에서 성우는 “비록 똥통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아름다운 호수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을 접한 해외 네티즌들은 모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단한 마케팅”, “멋지다”, “나미비아에 꼭 가보고 싶다”, “자학적인 참신함”, “홍보 센스가 대단하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나미비아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인 잠비아도 ‘똥통’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잠비아는 최근 관광청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대표적인 관광 자원인 빅토리아 폭포 등을 곁들이며 “똥통 잠비아로 오세요”라고 알렸다.
트럼프의 문제의 발언 때 미국 대사를 소환해 항의했던 보츠와나도 공식 트위터에서 “보츠와나는 물구덩이(waterhole) 국가”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내물구덩이조국(#MyWaterHoleCountry)'이라는 해시태그를 곁들인 이 트윗은 수천 회 이상 공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