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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단연 핫한 영화 'B급 며느리' 보고 뛰쳐 나간 남자들 한둘 아니라며? / 안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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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두고 단연 핫한 영화 'B급 며느리' 보고 뛰쳐 나간 남자들 한둘 아니라며? / 안소희
  • 부산시 서구 안소희
  • 승인 2018.02.05 1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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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화에 아주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통이 있다. 바로 고부갈등이다. 우리 집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거의 모든 가정에서 고부갈등을 겪고 있다. 아무리 사이좋은 고부지간이라고 해도 갈등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이는 드라마에서 부잣집 아주머니가 고작 “우리 아들은 너 같은 애한테 못 준다!”는 식으로밖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 고부갈등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B급 며느리>다.

며느리밥풀꽃. 이 꽃은 시어머니에게 맞아 죽은 며느리 무덤가에 핀 꽃이라는 전설을 품고 있다(사진: 구글 무료 이미지).

이 영화는 꾸밈없이 가족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고부간의 갈등은 물론이고 남편과 아내가 소리 지르며 싸우는 것도 가감 없이 영상에 담겼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것까지 다 보여줘도 되는 걸까 싶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인물들의 감정선이 솔직하게 드러났다. 정말 솔직한 내용만큼 공감되는 대사들이나 충격적인 말들도 많았다. (이 영화는 선호빈 감독이 자기 가정사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영화다. 자신도 영화에 나오고, 자신의 어머니, 아내의 일상이 모두 그대로 나온다.) 

#분통을 터뜨리며 얘기하는 시어머니, “F급이라 그래, 뭐 B급이나 돼?”

영화 속 대사에서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과연 ‘A급 며느리는 어떤 며느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감독도 같은 질문을 했다. 며느리가 지켜야 할 소양이 무엇이냐고. 그러자 시어머니는 집안의 대소사에 모두 참석하는 것이라고 했다. 각종 제사와 명절, 하지만 그중에 제일은 시아버지의 생신이라고 했다. 감독은 아내의 시어머니, 즉 자신의 어머니에게 “왜 엄마가 아니고 아빠가 먼저야?”라고 물었다. 돌아온 시어머니의 대답은 나를 맥 빠지게 했다. "남자라서." 이 말은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가부장제가 강하게 지켜지던 옛날을 살아왔던 분이라 이해는 하지만 자신을 낮추는 일까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시어머니를 보고 조금 슬펐다. 그 모습에서 우리 할머니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할머니도 입버릇처럼 아빠가 먼저인 것은 당연하다고 말씀하셨다. 여자가 먼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여자 스스로 생각한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과연 자신보다 남편과 시댁을 위하며 사는 ‘A급’ 며느리는 이상적인 며느리인가?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하는 큰고모, “며느리는 하인이야.”

이 말은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대사였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고모에게는 딸이 둘이나 있다는 것이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고모에게는 딸이 둘이나 있고 며느리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딸이 둘이나 있어도 이렇게 말한다. 아들만 있는 사람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부모가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대부분의 시부모는 ‘며느리는 가족’이라는 말보다는 ‘며느리는 집안일을 위해 온 사람’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사랑해서 결혼했다. 하지만 ‘나’에서 ‘며느리’가 돼버린 순간에는 결국 시댁의 하인으로 전락해 버린다. 원래 나는 결혼에 대해서 생각이 없었지만, 이 대사를 듣고는 분명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비혼에 강한 의지를 부여해줬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비참한 며느리, “결혼 전에 내가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울면서 말하는 며느리 진영을 보고 나도 눈물이 났다. 진영은 대학생 시절 사법고시 1차를 한 번에 합격할 만큼 똑똑했다. 하지만 아이가 생겼고 공부는 그만 두어야했고 곧바로 결혼했다. 찬란했던 인생이 결혼 이후로 불행하게 바뀌었다. 만약에 진영이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았다면 계속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을까? 그건 모를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곪을 대로 곪은 마음의 상처가 지금의 진영을 병들게 했다는 것이다. 며느리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해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암묵적인 규칙이 그렇게 만들었다. 다른 장면에서 진영은 이에 대해 지적했다. 애초에 집에 사지 멀쩡한 어른이 네 명이나 있는데 일을 네가 하느니 마니 하는 것은 결국 자신과 시어머니라는 것. 진영의 말에 나는 크게 공감했다. 우리 집의 명절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차례 준비로 분주한 주방에는 오로지 여자밖에 없다. 남자들은 TV나 보고 간간히 완성되는 음식을 받아먹을 뿐이다. 항상 이 부분에 답답했는데, 진영이 큰 스크린 속에서 지적하고 잘못됐다고 말해주니 속이 시원했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아마 반응이 극과 극일 것이다. 며느리는 며느리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맞다는 사람들과,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났고 며느리는 부려먹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람들. 이를 증명하듯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데 한 중년 부부가 영화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특히 남자분이 많이 화가 난 듯했다. 이런 영화를 왜 보냐며 거의 달리듯 나가셨고 그의 아내로 보이는 분은 따라 나가기 바빴다. 극장 안에 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나간 부부를 비난하는 눈치였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가정에서 며느리라는 존재는 인정받지 못한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을 바꾸는 일을 하기는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고부지간뿐만 아니라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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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영 2018-02-05 22:56:48
상영관이 없어서 못보고있어요ㅠ
플레이스토어에서 구매도 못하고ㅠ
명절에 다 같이 볼수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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