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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 이기적 행동인가, 사회 불평등의 산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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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 이기적 행동인가, 사회 불평등의 산물인가?
  • 경기도 이천시 신민하
  • 승인 2018.12.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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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시민발언대] 경기도 이천시 신민하
‘비혼’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혼(未婚先孕)’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즉, 미혼은 혼인을 해야 하지만 아직 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비혼(非婚)은 결혼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따라서 비혼주의자들은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결혼제도와 그 관념들에 반하는 비제도권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 중 하나인 비혼주의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여성을 중심으로 비혼주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 언론이 전했다. 물론 남성 비혼주의자도 늘어나지만, 여성과 비교했을 때 확연한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현대 한국 사회는 여성들이 비혼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여성살해, 명절 증후군 등 우리 사회 환경이 여성들을 비혼주의자로 몰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첫 번째 그 이유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이다. 필수는 아니지만, 한국에선 일반적으로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다. 그러나 아직도 육아휴직제도는 일반적이지 못하다. 직장 여성들은 임신한 순간부터 아이를 가졌다는 기쁨보다 복직하지 못할까 봐 걱정해야 한다. 결혼이 곧 경력단절로 가기 십상인 것이다. 목표를 갖고 커리어를 쌓아온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걱정하면서까지 임신하려 할까? 나라면 깊은 상실감과 무력감에 빠지면서까지 아이를 키우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Femicide, 즉 여성 살인이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도, 결혼해서 가정폭력을 당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가정폭력을 당해서 이혼을 결심하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이혼을 결심하더라도 남편과 안전 이별을 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모른다. 불안에 떨면서 결혼할 필요가 있을까? 정말 사랑해서 결혼까지 한 사람이 자신을 폭행하고 살인하려 할 때 느낄 두려움과 비참함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결혼생활 자체도 여성에게 불리하다. 대표적 사례는 그 유명한 명절날이다. 나는 어렸을 때,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정작 우리가 제사를 지낼 때는 부엌에서 구경만 하는 작은엄마의 모습을 보며 의아했다. 지금도 며느리가 명절마다 남편 가족의 집에 오는 풍습을 이해할 수 없다. 여자도 자신의 부모님이 있고, 형제가 있음에도 명절 당일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수 없으며, 그게 당연한 듯이 살아가고 있다. 나는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마다 내 가족들을 만나는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싶지 않다. 일견에서는 비혼주의자가 증가하는 현상이 개인주의가 팽배한 결과라고 한다. 맞다. 그런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비혼주의자로 돌아서는 것은 단지 공동체보다 개인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해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결혼하면서 느끼게 될 여성 혐오 현상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왜 ‘비혼’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겨났는지, 왜 많은 여성들이 비혼주의자로 돌아서는지에 대해, 단순히 개인주의의 확산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는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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