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건이 원본" 국가기록원 지적에 "대부분 4대강 관련 아닌 업무 연락자료였다"/ 신예진 기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주요 서류의 원본을 폐기하려다 덜미가 잡힌 한국수자원공사가 사과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2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4대강 사업 자료가 포함된 기록물을 무단파기했다는 논란에 대해 "절차상의 문제점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결코 의도적으로 기록물을 파기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수자원은 이어 “국가기록원에서 원본기록물로 분류한 302건은 이미 보존 연한이 지나거나 메모, 업무 연락, 중간 검토자료 등으로 충분히 소명했지만, 국가기록원은 기록물로 분류했고 등록, 폐기 등의 절차 미 이행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은 또 이날 언론들의 보도와 달리 폐기된 기록물이 4대강과 관련한 중요 자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자원은 "4대강 관련 자료는 주요 정책 결정 및 공사 현황 등의 민감한 사항이 아닌 조경·소수력 공사 등 주요 공정 외의 현황 파악을 위한 업무 연락 자료가 대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학수 수자원 사장도 이날 국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이 사장은 "철저하지 못한 기록물 관리로 많은 국민을 걱정하게 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드러난 문제점과 현재 진행 중인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빈틈없고 엄격한 개선을 통해 향후 재발 방지에 각고의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이날 수자원이 무단으로 파기하려던 407건의 기록물 원본 중 302건이 기록물 원본이었다고 밝혔다. 무단파기 대상에 오른 원본기록물 302건 중에는 4대강 사업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담수화 타당성 조사 및 중장기 개발 계획 수립’, 내부 수기 결재를 받은 ‘방침 결정’ 등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수자원에 보낸 기록물들이다. 일부는 표지에 ‘VIP 지시사항’, ‘Vice 보고용’ 등이 표기됐다고 한다.
수자원의 서류 불법 폐기는 지난 1월 18일 세상에 알려졌다. 수자원은 올해 1월 9일부터 18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기록물을 반출, 파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를 위탁받은 용역업체 직원이 다섯 번째 파기를 앞두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보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수자원의 1~4차의 파기로 총 16t 분량의 기록물이 폐기됐다.
한편, 네티즌들은 수자원의 해명에도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의도적이지 않다는 말에 삼척동자가 비웃을 것”이라며 “자료 파기 죄는 뒤에서 돈을 해먹은 죄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엄중문책하여 파기 관련자와 파기 지시자에 대하여 국민의 이름으로 최고형을 때리길 바란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고의든 실수든 법을 어겼으니 그에 따른 벌은 받아야 할 것”이라며 “5차례는 너무한 것 아니냐”라고 쓴소리를 전했다. 그는 “앞으로는 전자문서로 남길 수 있으니 보존 연한 자체를 없애고 중요한 문서는 영구보존하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